'제리'라는 사람(2)

6

by Rain Dawson

"그런 사람은 있죠.”


"누구?”


"몰라도 돼요.”


나는 독서실에 있는 사람들의 이름을 선택지처럼 나열했다.


"아뇨. 여기 없어요.”


"그럼?”


"우리 집 동네에서 아는 애라서.”


"아 그래? 고백해 봐.”


"아직 좀 그래요.”


"왜?”


"연하예요.”


"몇 살이나? 한두 살?”


"아직 고등학생이에요.”


"뭐? 야, 그냥 포기해라. 대학생이나 돼서 무슨 고등학생이냐.”


"오래 좋아했단 말이에요!”


"그래~ 네 맘이지 뭐.”


제리는 입을 다물어버렸다.

우리 앞으로 한 무리의 신입생이 지나간다. 입고 있는 과 점퍼를 보니, 제리의 후배들이었다.


"안녕하세요!”

그들이 발랄하게 인사했다.


제리는 과 점퍼조차 사지 않았는데, 대신 조교 형이 준 그의 오래된 과 점퍼를 입고 다녔다. 그래서 그 애의 옷에는 태곳적 학번이 적혀있다. 그걸 보고 신입생들은 (지나치게 높은 학번에 의아해하며) 인사했을 것이다. 제리가 그들에게 "어, 안녕”하고 어색하게 대꾸하고 지나갔다.


"5천 원짜리 갖고 다니면서 후배들 맛난 것 좀 사주고 그래라.”

내가 옆에서 참견했다.


"됐어요. 그리고 무슨 후배, 누군지도 모르는데.”


정나미 없는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제리가 대꾸했다. 하긴, 과에서 거의 비공식적으로 제명당하다시피 해서 친구도 없다고 했다. 과 생활 따위엔 개의치 않는 건지, 인생 자체에 무관심, 무신경할 건지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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