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사건(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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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in Dawson

"여보세요, 나, 얘 남자친구인데, 폰이 영 마음에 안 드네. 처음 보는 브랜드, 국내 거보다 좋다는 말 듣고 샀다는데, 목소리도 자꾸 끊기고 성능도 너무 별로고. 얘, 어제 핸드폰 개통했어요. 단순 변심도 7일 이내면 철회할 수 있는 거 아닙니까?”


갑작스러운 남자 목소리 때문인지 상담원의 말투가 달라졌다. 상대가 누군지에 따라 태도를 결정짓는 전형적인 박쥐 같은 인간임이 분명했다.


"고객님, 잘못 알고 계신 것 같은데 7일이 이내 개통 철회 그런 건 없습니다.”


"소비자는 계약서 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청약 철회할 수 있다고 법에 나와 있는데, 거기는 법 위에 있나 봐요?”


"그게 아니고요, 고객님.”


"계약서 봤더니 약정도 이것저것 붙여놔서 위약금 엄청나게 걸어놨네. 통화품질 좋지도 않은 거 팔아놓고. 철회해 주셔야 합니다, 이거.”


"그러면 저희 쪽에서 대리점과 얘기를-”


"철회 안 되면 소비자원 고발은 당연한 거고, 그것도 안 되면 차라리 소송을 준비하는 게 낫겠네요.”


회유, 협박(?)을 포함한 협상 끝에 다행히 통화품질 불량(상대 쪽에서 기기 교환을 제안했지만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는 핑계로 거부), 부당한 약정 등을 사유로 개통 철회할 수 있었다.


"와, 오빠 거짓말 진짜 잘한다. 어떻게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남자친구라고 거짓말해요?”


어째 감탄하는 표정으로 욕하는 것 같아 기분이 유쾌하진 않았다.


"뭐가 또. 기껏 도와줬더니.”


"아무튼 정말 고마워요. 오빠 없었으면 마음에 안 드는 거 몇 년 동안 쓸 뻔했어요.”


그 애의 표정이 진심으로 기뻐 보여서 나도 기분이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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