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때로 말은 현실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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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in Dawson

그 일이 있고 나서 제리는 나를 좀 더 따르게 된 것 같았다. 여전히 표면상으로는 구박하고 놀리고 핀잔주지만, 조금 더 상냥해진 그 애를, 나 역시 조금 더 아끼게 되었다.


농가성진(弄假成眞)이라는 성어가 있다. 실없는 장난, 농담 같은 가짜가 진짜가 된다는 뜻으로, 말이나 행동을 함부로 해선 안 된다는 경계를 담은 말. 제리의 남자친구라는 거짓말, 그저 목적을 관철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는데, 그게 참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미처 못 했었다.



매일 오던 여자친구의 연락이 뜸하더니 급기야는 끊겨버렸다. 나는 ‘제리’라는 드라마의 다음 편을 기다리느라, 그 공백에 너무 무뎠었다.


어느 오후 책상에 앉아 꾸벅꾸벅 조는데, 옆 책상 쓰는 동생이 나에게 메모를 건넸다.


<형, 누가 찾아왔는데요. 1층 로비에서 기다린대요>


여기까지 나를 찾아올 사람이 없는데, 하며 내려갔다. 로비엔 뜻밖에 여자친구가 와 있다. 이전과 똑같은 단아한, 미소 띤 모습. 정말 너무 오랜만인데, 어제도 만났던 사람 같다.


그녀를 데리고 제리와 항상 가는 카페에 갔다. 우리 사이에 놓인 커피잔에서 연기가 희미하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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