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잘 지냈어? 공부는 잘돼가?”
"그럭저럭.”
중단된 대화. 우린 한동안 커피만 홀짝였다.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나, 헤어지자는 말하려고 온 거야.”
알고 있었다. 연락이 뜸해지고부터 이미 예상한 일이라, 생각보다 담담할 수 있었다.
"그래. 그동안 기다려 줘서 고맙다.”
"이유…. 안 물어봐?”
"이유?”
대답 없는 여자친구에게 내가 물었다.
"내가 이유를 궁금해하면, 뭐가 달라지나?”
같이 보낸 세월이 있으니, 그 정도는 물어봐 줘야 예의가 아니냐고 되묻고 있다. 고별 당하는 처지에선 황당할 뿐이다.
"내가 지금 예의 차려야 되는 건가? 혹시 내가 붙잡는 역할을 해야 하는 거야?”
"너는 왜 시도도 안 해?”
말문이 막혔다.
"왜 그러는지 이유를 물어볼 순 있는 거잖아. 다시 생각해 보라고 말하면서 붙잡는 척이라도 해볼 수 있는 거잖아. 우리가 그래도 함께 한 시간이 5년을 넘었는데.”
"이별을 말한 건 너야. 내가 더 비참해지기를 바라는 거냐?”
그녀는 입을 다물었다. 한동안 창밖을 바라보더니 말을 이었다.
"알겠어. 난 그냥 궁금했어. 왜 다정한 역할은 항상 내가 되고, 이 상태로 언제까지 기다리면 되는 건지. 그래, 나도 지쳤나 봐. 따뜻한 사람, 만났어, 나. 잘 지내.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다.”
이런 말, 왜 끝이 되고 나서야 하는지. 다 내 잘못이었던 것처럼. 나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유가 어찌 됐든 결국 날 떠날 거면서.
"난 내 잘못이라고 생각 안 해.”
그녀의 뒤통수에 대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녀는 잠깐 멈추더니, 그대로 떠나버렸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여리고, 눈물 많고, 싫은 소리 못 하던 사람을 돌아서게 한 건, 다정하지 않은 데다가 상대방의 기다림을 배려해 주지 못하는 나의 성격 때문이었던 걸까. 그녀에게도 나는 심술궂은 ‘톰’ 같은 모습이었나보다. 제리도 나를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등골이 서늘해져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