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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실연엔 아랑곳하지 않고 하루하루 지나갔다. 드디어 1차 시험 전날. 신경 써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각자의 앞가림 하기에 바쁠 뿐. 나도 뭔가를 기대한 건 아니지만 말이다.
막판 정리 중인데 얼굴 옆으로 뭔가 쑥 들어왔다. 놀라서 뒤돌아보니 제리가 서 있었다. 그 애는 편의점에서 산 것 같은 여러 종류의 초콜릿들을 건넸다.
"오빠, 내일 시험 잘 봐요!”
제리는 목소리를 낮춰 속삭이듯 말하고 싱긋 웃고는, 곧장 뒤돌아 나갔다.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게 되기까지 걸리는 속도는 빛의 속도쯤 될까? 감정이란 때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가벼워서 도저히 어찌 해볼 도리가 없다. 아무 감정도 없던 그냥 사람이, 없으면 안 될 것 같은 사람으로 바뀌기까지, 그 5초 정도의 순간으로 충분했으니 얼마나 가벼운가.
제리가 더 이상 구박덩어리나 데리고 다니기 좋은 애가 아니라, 여자 권효진으로 보이기 시작한 게 딱 그 순간부터였던 것 같다. 쉽게 구할 수 있는 흔한 그 먹을거리가 아닌, 내 시험 날짜를 기억하고 응원해 주는 그 마음, 앞서 나를 인식하고 있었을 그 마음에 반한 시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