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만나서 다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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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in Dawson

시험이 끝난 날, 친구들을 만나 술을 마시고 밤 9시가 넘어서야 학교로 돌아가면서 효진이에게 문자를 보냈다.


<어디냐?>


<이제 기숙사 가려고요. 시험 잘 봤어요?>


<모르겠어. 얼굴 보고 가라>


<이미 기숙사 가는 길이에요>


<나 학교 다 왔어. 잠깐만 보고 가. 할 말 있어>


<아 귀찮게! 그냥 문자로 해요>


<만나서 해야 해>


효진이는 투덜대면서도 독서실 건물 입구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할 말이 뭔데요?”


"어…. 초콜릿 고마웠다고.”


"뭘요, 별것도 아닌데. 그 말 하려고 얼굴 보고 가라고 한 거예요?”


"아니. 술이나 한잔하러 갈래?”


"지금요?”


"주말이잖아.”


"흠. 그래요, 그럼. 오빠 시험도 끝난 기념으로.”


우리는 학교 캠퍼스를 벗어나 산을 통과하는 지름길로 걸어갔다. 산길엔 가로등, 작은 전구조차 없어 어두웠다. 내가 앞서 걷고, 효진이가 뒤따라온다. 내가 앞서 걸어야 돌부리 같은 걸 사전에 처리하면서 걸어갈 수 있다. 뒤에서 효진이가 켠 핸드폰 불빛이 흔들거렸다. 나도 라이트를 켜서 핸드폰 쥔 손을 뒷짐 지고, 그 빛을 아래로 비추었다. 그 애의 발밑이 어둡지 않도록.


같이 술을 마시는데 이상하게 얼굴이 빨개졌다. 보통 나는 술을 마시면 하얗게 질리는 편인데 열이 자꾸만 올라왔다. 내 얼굴을 보고 효진이가 얼음물을 따라줄 때마다 더 그런 것 같았다. 효진이에게 얼마 전 실연당했다고 말했더니, 몰랐다고 말하며 위로해 줬다. 좋은 사람 만날 거라는 흔한 위로와 함께 헤어진 것 때문에 속상해서 얼굴이 자꾸 빨개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진정 그런 인과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까지. 그 이유는 사실 너 때문인 것 같다고 말하지 못한 채 글쎄, 라고 얼버무릴 뿐이었다.


술집에서 나와 노래방에 갔다. 효진이에게 음색이 예쁘다고 칭찬해 주었더니 허허, 하고 웃었다. 그 너털웃음을 보자, 문득 그 애와 만나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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