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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나는 설득 덕분인지, 미심쩍어하던 효진이는 내 제안을 받아들였고, 우리는 그렇게 사귀게 되었다. 그리고 머잖아 그 애는 학교에서 시외버스로 1시간 이상 가야 하는 고향의 도시로 떠나버렸다.
새 학기가 다가오며 캠퍼스는 다시금 활기를 띠기 시작했지만, 효진이가 없는 풍경은 흑백사진 한 컷처럼 쓸쓸했다.
효진이의 고향인 G시에서 우리는 처음으로 데이트했다. 독서실 밖에서 보는 효진이는 다른 사람 같았다. 한여름 더위를 무색하게 만드는 시원한 옷차림, 다크서클 없는 화장한 얼굴. 그 꾸민 모습에 설렜다.
서로 약간 떨어져 걷다가, 내가 손을 잡으려고 하자, 효진이는 손을 감추고 들고 있던 생수통을 내밀며 손 대신 잡으라고 했다. 설레고, 쑥스러운 마음은 내 말투를 더 퉁명스럽게 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냐며, 나는 생수통을 치우고 손을 잡았다. 효진이의 손은 시든 꽃처럼 말라 있었다. 반면 내 손은 긴장으로 굉장히 축축한 상태여서 조금 민망했다.
관성에 젖어서인지, 고양이를 경계하는 쥐처럼 행동하던 효진이는, 영화관에서 내게 슬며시 팔짱을 껴왔다. 이루 말할 수 없는 감정이 밀려들었다.
그런데 그 첫 번째 데이트 후에 그 애는 내게 헤어지자고 했다…. 요약해 보면 이런 내용들의 문자메시지로.
<오빠 우리 그냥 헤어져요>
<그 애를 못 잊겠어요>
<오빠를 남자로 느낄 수가 없어요>
<난 아직도 오빠가 나를 괴롭히고 장난치던 그냥 친한 선배 오빠 같은데. 이건 아닌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