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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 지금 나는 그 당시, 땅거미 지는 냇가의 초조한 꼬맹이로 도로 돌아간 것만 같다. 그러나 난 더 이상 그 꼬마가 아니었으므로, 그 애가 떠나기 전날 오후 2시쯤, 우리가 자주 가던 카페에서 고백했다. 사귀자, 는 말을 하기에 참으로 낭만적이지 못한 시기와 장소라는 게 신경이 쓰였다.
효진이의 반응이었다.
‘왜 나예요? 오빠를 한 번도 그런 식으로 생각해 본 적 없어요, 미안하지만. 왜 이래요? 농담이죠? 장난치는 거죠? 밥 많이 먹는 머슴 같다고, 못생겼다고 구박하더니 갑자기? 이러면 내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잘 모르겠네요.
난 수험생이잖아요. 공부 시작한 지도 얼마 안 돼서 갈 길이 먼데. 게다가 집도 멀어서 내가 학교 관두면 장거리 연애가 돼버릴 거고.
나 말고 다른 좋은 여자들 많잖아요. 예쁘고, 잘 꾸미는. 난 오빠가 좋아하는 타입이 아니에요. 오빠는 여리고 깜찍한 스타일이 좋다면서요. 근데 왜 나예요? 이상해. 장난 같은데. 믿을 수가 없어.’
나의 대답은 이랬다.
‘점점 네가 좋아졌을 뿐이야.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어. 아마도 그때였던 것 같아. 네가 시험 잘 보라며 나에게 초콜릿을 챙겨준 날. 그때부터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어. 어쩌면 그 전부터였는지도 모르겠어.
데이트할 땐 내가 너 있는 데로 갈게. 시험 준비하는 데 방해하지 않을게. 나도 공부해야 해. 하지만 이것 때문에 너를 놓치긴 싫어. 같이 힘내 보자.
네가 잘 꾸미든 머슴 같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그냥 너라는 사람이 좋아졌어. 이상하고 장난 같고 믿을 수 없겠지만 그게 사실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