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결코 변하지 않는 것
북커버를 주문했을 당시 무료 각인이 가능하다 해서 한정된 글자 수에 맞추려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던 적이 있었다. 결국 주문했던 글귀는 we change.
가죽으로 된 문구류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것이 세월 따라 손때가 묻고 태닝이 되어 내 것이 되어가는 과정을 바라보는 것이 기껍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정한 카테고리의 가죽 물건이 나의 살뜰한 관심과 애정에, 그 흔적들에 변해가고, 또 사랑받는 만큼 변치 않고 내 곁에 머물기 때문일 것이다.
얼마 전, 변한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었다. 1년 전의 나, 3년 전의 나는 지금이랑 같았던가? 아니다. 나는 무서운 속도로 변화하고 있었고, 그것은 오롯이 나의 지분으로 이루어진 일도 아니었다. 내가 마주치는 상황, 극복해야 할 일들, 성공과 실패, 그리고 사람들. 내가 만나는 사람들이 가장 큰 지분으로 나를 변화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아마도, 1년 전의 나는 지금 이 순간의 나를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씨실과 날실을 엮어 마치 태피스트리를 만들듯, 내 시간 속에 짜여가는 직물에 사랑과 감사가, 또 깊은 고독과 외로움이 수놓아져 있었다.
나는 변해간다. 그런데, 내가 나인 게 어쩔 수 없는 순간들 또한 있다. 생각했다. 코어는 변하지 않아. 다만 단단해져 가는 과정이 있을 뿐. 그러나, 나는 분명히 변해가고 있었다. 나에게 변화를 요구하는 모든 것이 나의 중심을 변하지 않는 단단한 어떤 것으로 직조해가고 있었다.
세차게 흔들리던 순간에,
갈대 한 포기가 흔들리듯.
너무나 아프던 순간에,
대나무가 마디져 자라듯.
그런 끈질기고 새파란 생명력으로 가열하게 변해가되 변치 않는 오롯한 내가 되고 싶다.
그것이 내가 나 혼자서 해낼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인정하며, 사랑과 감사가 고독과 외로움을 이길 수 있기를 오늘도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