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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영서 Mar 17. 2022

'나'라는 플랫폼에 안착하기 위해

기류를 타는 비행기처럼-

여러 플랫폼이 우후죽순 내 일상으로 들어왔다.


관계의 밀도와 정도는 다르나 타자와의 관계 속에 나를 드러내야 하는 이른바 소셜 네트워크. 나에게 있어 그 네트워크는 솔직히 말해 거미줄에 걸린 것만 같은 압박감을 주었다. 드러낼 줄 모른다면 어찌 나를 구축하고 또 더불어 살아갈 수 있단 말인가- 라는 자조의 감정 또한 나를 엄습했다. 점점 알 수 없는 독이 퍼지는 느낌이 들었다. 중독. overdose.


넘어간 것이다. 선이라는 것, 나에게 있어서의 기준선이라는 것 말이다. 내 손 안에서 다뤄지지 않는 감정과 감각들이 나를 불쾌하게 비웃는 것만 같았다. 보이는 쾌감에 휘둘려서 단전으로부터 다져져 가는 본질적인 단련들을 외면하는 내 모습이 고스란히 보이고, 또 고스란히 느껴졌다.


자유롭지 않았다. 자유로움이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나에게서 자유를 박탈당한 것이었다.


자유란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본다.


자유는 분리이다.

자유는 인정과 수용이다.

자유는 한계를 깨닫는 것이다.


자유는 책임지는 것이다.

모든 것으로부터 나를 예속하는 모든 것으로부터 독립하는 것이었다.


시간이라는 기회비용, 돈, 명예, 인간관계, 태어나 첫 맺은 관계인 어머니라는 존재, 까지 나를 컨트롤할 수 있는 영향력을 가진 모든 것으로부터 독립해서 나 자신의 고유함을 찾는 것이었다.


나를 중독으로 몰아넣는 sns라는 특성을 지닌 다수의 플랫폼과 나 사이에서 중립을 지키고 얻을 것과 버릴 것을 과감하게 구분 지을 수 있을까. 나에게 그럴만한 힘과 실력이 있는가 자문해 본다. 유독 친해지기 어려운 상대와 치열한 사랑의 줄다리기를 하는 그런 기분. 결국에는 나의 욕심과 내가 가져야 하는 것 이상을 추구하는 마음을 내려놓는, 나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생각이 스친다.


내가, 김서영이라는 태어나며 주어진 프레임마저 벗어던지고 나로서 고유해지고 싶은 이 불쑥거리는 생명현상을 어떠한 플랫폼 안의 관계 속에서 적절히 조절해 나가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자유로워지려면 기대와 기댐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럴 ,  스스로 가려 놓은 눈을 뜨고, 내가 오롯이 혼자   있는 존재라는 것을 보게 되는  같다. 나는 나를 품어주는  세상의 단편에서, 어떤 기대와 기대고픈 마음을 선별해 기꺼이 내려놓을 것인가. 나라는 고유한 플랫폼으로 존재하되  세상과 멋지게 어우러질  있을 것인가.


고민 대신 그저 앞에 놓인 종이에 펜을 휘갈겨 보는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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