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으로 #1
마음은 쉽사리 어지러워지기 마련이다. 나 스스로 때문에도 상황 때문에도 타인 때문에도 돋아나있는 엉겅퀴 하나에도 마음은 쉽게도 어지러워진다.
사실 그 순간이 원인의 전부인 경우는 잘 없다. 많은 시간과 수많은 사건들이 결합되어 그 순간의 트리거를 만나 터져버리는 것이다. 그 순간의 원인 같아 보이는 것을 탓하기엔 그 원인이 너무나 빈약해서 우습다.
오늘도 이지러지는 내 마음 한가운데서 함께 휩쓸려버리고 말았다. 그러다 호랑이 굴보다 험한 ´마음이라는 동굴‘에서 정신을 바짝 차려야겠다 싶어 한 발짝, 두 발짝 뒤로 뒤로 물러나 보았다. 실체가 존재하면서도 존재하지 않는 마음이라는 녀석은 내가 물러나자 어느 순간 고요해졌다.
모두의 탓이었고 누구의 탓도 아니었으며 이미 일어나 버렸고 더 이상 없던 일이 되지도 않을 순간이 잔해처럼 선명하게 보였다. 후회스러웠다. 후회에는 책임과 노력이 따르지만 그건 일단 나의 선상에서나 가능한 일일 것이었다.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은 나뿐이니까.
다행인 것은 깨끗해진 마음의 고요함 속에 하나님의 얼굴이 보였다는 것. 물끄러미 나를 보시는 얼굴에 나도 물끄러미 시선을 고정할 수 있었다는 것.
모든 것은 순리라는 시간에 물결에 맡겨진 채 나도 누구도 모를 어떤 곳으로 향해간다. 그 이치에 의심 없이 따라가는 한 그 도리를 이끄시는 분께서 나에게 무엇을 보여주시고 어떤 수로를 열어주실지 나는 그저 기대하고 고대하기만 하면 될 뿐일 것이다.
역행하고 싶지 않아 졌다. 그런데도 나는 끊임없이 역행한다. 역행하지 않으리라 이 순간에도 생각한다. 기도한다 생각한다 생각을 기도에 고정시켜 본다.
나는 어디로 가고 있을까?
궁금하지만 물어보지 않아야 할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