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이 박살 나는 것 같던 날
오늘 나의 몸은 나에게 엄청 화를 냈다.
나는 자가면역질환 환자다. 일명 루푸스. 그 병은 참 된장환장스러운 게, 일단 익숙하지 않은 스트레스는 적으로 간주해 버린다. 그것이 생산적인, 건강한 것일지라도.
발단은 일종의 내려놓음이었다.
나는 부와 명예, 명예와 부를 쫓는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에 날 때부터 몸을 실은 듯 참 본능적으로 그런 쪽으로 온 신경이 발달해 있는 사람이었다. 과거형. 솔직히 오늘의 내가 그렇지 않은지 내가 확신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다만 어제의 나는 그걸 내려놓기로 '결정'했다.
그 결정은 뭔가 심장을 도려내는 것 같았고,
나의 일부를 없애는 해를 스스로 가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줬다.
굉장한 스트레스가 몸을 압박해서 숨을 쉬는 것도 힘겨웠고 그다음에는 온몸에 열이 펄펄 끓어올랐으며 차가운 물수건으로 몸을 식히자 온 신경에 불쾌감이 떠돌아다니는 것처럼 감정적인 힘이 들었다.
웬 지랄 같은 병이 있나, 싶었다.
이 병이 마치 살던 대로 생각하던 대로 해 뭘 새삼스레 변하려고 하니! 라며 고문을 하는 것만 같았다. 스트레스 치는 한계를 넘나들었다.
그런데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내가 결정한 것은 곧 죽어도 행하며, 이것은 언젠가는 밟아서 새로 내야 하는 길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견디기로 마음먹었다.
모든 것은 지나갈 것이다. 지나가고 나면 나에게는 부와 명예보다 더한 기쁨과 자유가 오겠지. 안온함 속에서 진짜로 나를 사랑해 줄 수 있는 힘이 생기겠지. 나에게 좀 더 친절해질 수 있겠지. 삶에 대하여 오기를 부리지 않고 좀 더 온순해지고 하나님을 앙망하는 마음이 회춘하겠지. 그 시간을 견뎌내는 힘을 획득하고 나면 나는 나를 다스릴 수 있겠지.
그러고 나면 나는 그 힘을 나에게서 확장해 남에게도 행할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