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해 전에 암 병동에서 뱃속 어딘가가 고장을 일으킬 때까지 나는 마음을 털어놓고 진정어린 이야기를 할 사람 하나 없이 홀로 살아왔다. 내 간의 끄트머리가 한 군데 부서져 버렸다. 가족도 친구도 없었으므로 나는 혼자서 병원 생활을 시도해 볼 채비를 갖추었다. 그것은 나에게는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였다. 모아놓은 돈은 얼마 남아 있지 않았다.
첫날 밤 나는 내가 살던 동네에서 수키로 미터 떨어진 병원에 입원했다. 사막 한가운데에 떨어진 생태쥐페리보다 나는 더 고립되어 있었다. 그러니 해가 뜰 무렵, 조그마한 목소리가 나를 깨웠을 때 내가 얼마나 놀랐을지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목소리가 말했다.
“친구를 그려줘!”
“뭐라구?
“친구를 하나 그려줘.”
나는 기겁을 해서 후다닥 일어섰다. 눈을 막 비비고 사방을 잘 살펴보았다. 그랬더니 정말로 이상하게 생긴 조그만 사내아이가 나를 심각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그의 느닷없는 출현에 너무 놀라서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바라보았다. 내가 병원에서 암 치료를 받는 환자라는 사실을 여러분은 잊지 말아 주길 바란다. 그런데 그 어린아이는 몸 어딘가를 잃은 것 같지도 않아 보였고 주사와 수술과 두려움에 시달리는 것 같아 보이지도 않았다. 병원 복도 한가운데서 길을 잃은 어린아이 같은 구석이라고는 없었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내가 말을 걸었다.
“그런데…….왜 그러지?”
그러자 그는 아주 심각한 이야기나 되는 듯이 소곤소곤 다시 되풀이해 말했다.
“부탁이야……. 친구를 하나 그려 줘…….”
너무도 인상 깊은 신비스러운 일을 당하게 되면 누구나 거기에 순순히 따르게 마련이다. 동네에서 수키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죽음의 위험을 마주하고 있는 중에 참 엉뚱한 짓이라고 느껴지기는 했지만 나는 입원실 침대 옆 서랍에서 종이 한 장과 볼펜을 꺼냈다. 그러자 내가 공부한 것은 국수영뿐이라는 생각이 나서 그 어린 소년에게, 나는 그림을 그릴 줄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대답했다.
“괜찮아. 친구를 하나 그려 줘.”
친구는 한 번도 그려 본적이 없었으므로 나는 그를 위해 내가 그릴 수 있는 단 두 가지 그림 중의 하나를 그려 주었다. 속이 보이지 않는 졸라맨 그림 말이다.
그러자 그 어린 소년은, “아냐, 아냐, 마음이 보이지 않는 건 싫어. 솔직하지 않은 건 아주 위험해. 그리고 머리는 너무 거추장스럽고. 나는 손을 잡고 싶거든. 내게는 친구가 필요해. 친구를 그려줘.”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졸라맨에 살을 붙여 친구를 그렸다. 그는 주의깊게 바라보더니,
“안 돼! 이건 아이가 아니라 어른인걸. 표정이 없으니까….”하고 말했다.
“다시 하나 그려 줘.”
그래서 나는 또다시 그렸다. 그러나 그것도 앞의 것들과 마찬가지로 거절을 당했다. 나는 검진 준비를 서둘러 해야 했으므로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그림을 되는 대로 끄적거려 놓고는 한마디 톡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