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덮고도, 서두르지 않기를

에필로그

by 레인메이커



그럼 지금은 달라졌는가.

잘 모르겠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예전처럼 스스로를 다그치지 않게 되었다는 것. 불안이 오면, 불안과 함께 앉아 있는다. 부족함이 느껴지면, 그 부족함을 인정한다. 서둘러야 할 것 같으면,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고 스스로에게 말한다.

변한 것이 있다면, 그 감정들을 없애려고 애쓰지 않게 되었다는 것 정도다. 밀어내지도 않고, 억누르지도 않고, 그냥 함께 두는 법을 조금 알게 되었다.

그게 전부다.

극적인 변화는 없었다. 어느 날 갑자기 깨달음을 얻은 것도 아니고, 갑자기 자유로워진 것도 아니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서 아주 조금씩, 거의 알아채기 힘들 정도로 조금씩 달라졌을 뿐이다.

그래서 이 글도 해답을 주지 못한다.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충분해질 수 있는지. 여전히 알지 못한다.

다만 한 가지는 말할 수 있다.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는 것.

잘 사는 것의 정의가 무엇인지, 충분하다는 것이 무엇인지, 성공이 무엇인지. 그 답을 찾지 못해도 괜찮다.

평생 찾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삶이 무의미해지는 건 아니다.

나 역시 여전히 가고 있다. 어디로 가는지는 모르지만, 완전히 멈추지는 않은 채로. 서두르지도 않은 채로. 때로는 흔들리고, 때로는 멈추고, 때로는 되돌아가기도 하면서.

그리고 아마도, 이 글을 읽는 당신도 그럴 것이다.

완벽하지 않으면서, 충분하지 않으면서, 그래도 계속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그걸로 충분하다.

이 글을 덮은 뒤에도, 서두르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