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방학 전날 아버지와의 추억

by 작가정유진

초등학교 3학년 여름방학 전날, 나는 수업이 끝나고 신나서 집으로 돌아왔다. 룰루랄라 하며 방으로 들어가니, 오빠가 무릎을 꿇고 두 팔을 높이 들고 서 있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안쪽을 바라보니 아버지께서 앉아 계셨고, 그 시선은 점점 아래로 내려가 아버지 손에 들린 오빠의 성적표에 멈췄다. 나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아버지는 나를 보며 웃으며 말씀하셨다.

“유진이 왔구나! 성적표 좀 줘봐.”


나는 어설픈 웃음을 지으며 책가방에서 성적표를 꺼냈다. 아버지는 내 성적표를 보시더니 한숨을 쉬며 오빠가 벌서고 있는 방향을 가리켰다.

“에휴~ 너도 무릎 꿇고 손 들고 서 있어!”


나는 조용히 오빠 옆에 가서 무릎을 꿇고 손을 들고 서 있었다. 그러나 1분도 지나지 않아 팔이 아파왔다. 슬쩍 팔을 내리려 할 때마다 아버지께서는 엄하게 말씀하셨다.

“어허! 팔 올려!”

팔이 아파서 조금씩 내리려 하며 울먹거리며 아버지를 쳐다보았다. 아버지는 잠시 생각하시더니 나를 불렀다.

“유진아! 이리 와봐.”


긴장한 상태로 아버지께 다가가니, 아버지께서는 나에게 양반다리 한 방향으로 엎드리라고 하셨다. 나는 조용히 엎드렸다. 아버지께서는 장난치듯이 살살 엉덩이를 툭툭 때리며 말씀하셨다.

“에잉! 다음부터 시험 잘 봐야 해!”

나는 이때다 싶어 냉큼 대답했다.

“응! 그럴게.”


그렇게 나는 벌에서 벗어났다. 오빠가 힐끔 나를 보며 은근슬쩍 일어나려 하자 아버지께서 엄하게 말씀하셨다.

“쓰읍~ 누가 팔 내리래. 팔 올려!”

오빠는 입을 삐죽거리며 투덜거렸다.

“유진이만 봐주고 나는 계속 벌 서래.”

아버지께서는 오빠를 바라보며 말씀하셨다.

“너는 남자애고 얘는 여자애잖아!”


오빠는 억울한 표정으로 벌을 서다가 조금 있다가 풀려났다. 여름방학을 하루 앞두고 벌서는 것으로 마무리된 하루였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는 나에게 친구처럼 장난치며 다정하게 대해주셨다. 나는 그런 부녀 관계가 당연한 줄 알았지만, 시간이 지나 친구들과 이야기해 보니 그런 관계가 드물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10살 꼬마였던 나는 어느덧 성인이 되었고, 서른 후반쯤 되었을 때 아버지께서 진실을 말씀해 주셨다.

“오빠는 남자아이이고 장남이지만, 방황도 많이 하고 너무 엇나가면 안 되니까 해달라는 걸 해주다 보니 돈이 많이 들었어. 그런데 너에게는 해줄 게 없는 거야! 그래서 친구처럼 대해줘야겠다고 마음먹은 거야.”


나는 그날 아버지께 표현은 안 했지만, 깊은 감동을 받았다. 아버지는 두 남매에게 가장 나은 방법을 고민하고 당신만의 방식으로 우리를 사랑하신 것이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우리만의 방식으로 화목하게 지내는 것 같다. 물질적인 것보다 더 값진 선물을 40년 동안 소중한 자산으로 받은 것 같아 감사한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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