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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비내린 Jun 23. 2020

예비기획자에서 주니어기획자로

성장에 대한 고민

프로필 소개란을 수정했다. 원래는 '예비기획자'이자 '취준생'으로 나를 소개했는데, 이제는 이 소개말을 떼어내도 되겠다 판단했다. 언제쯤이면 이 불안한 취준생활을 끝낼 수 있을까 걱정했었던 적이 있었다. 최종합격이란 메일을 받기 전까지도 이번에 떨어지면 다음엔 무얼 해야 할까. 하며 막막해했다. 인고의 끝에 주니어기획자로 취업의 문턱을 밟게 됐다.


입사일까지 일주일이 남은 시점. 아직 정식으로 입사하지 않은 상태라 프로필 소개를 그대로 두었다. 참 신기하게도 합격소식을 받은 이후에 채용제안을 여기저기서 받게 됐다. 매번 거절하기가 죄송스러워 '구직중'으로 표시했던 취업사이트에도 '의사없음'으로 상태를 변경하고, 고민 끝에 프로필에는 기획자 정도만 남겨두었다.


합격에 대한 기쁨도 잠시 기획자로서 무게감이 느껴졌다. 가면 증후군이라 해야 할지.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비해 남들이 높게 봐주는 것은 아닌지 부담감이 있었다. 나를 뽑아준 사람들은 이만큼의 성과를 원하는데 그만큼을 내가 하지 못하면 어쩌지라는 생각. 그러다 보니 입사 전까지 완벽하게 갖춰야 된다는 강박에 사로잡혔다. 이것저것 챙겨보고 작게나마 산출물을 만들어보고 시도해본 결과 입사 전에 아무리 철저히 준비한다 한들 실무에서 직접 부딪히는 것만 못하다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감사하게도 당근마켓의 대표님과 PM분들과 이야기를 나눌 자리가 생겼는데, 그 과정에서 고민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궁금한 점이 있으면 말해보세요'라는 말에 그때까지 혼자서 끙끙 앓아온 고민에 대해 물었다. '기획자로서 어떻게 성장하면 좋을지 조언을 듣고 싶다'라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 처음부터 전체를 다 바꾼다고 생각하지 말고 조금씩 개선해보는 걸로 시작해도 된다. 이 말이 가장 인상 깊었던 조언이었다.


너무나 당연한 말인데도 나는 그 사실을 잊어버렸다. 내가 아무리 지금 미래를 걱정해봤자 그때 가서야 문제를 볼 수 있고 해결할 방법을 찾을 수 있다. 매번 스스로 정의 내리지만 무너져 내리기 쉬운 진실. 정답이 없는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선 과거의 영광에 집착하기보다 새로운 일에 언제든 뛰어들 자세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주니어기획자가 앞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할까.


하나는 미래의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를 고민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어떤 문제상황에 직면했을 때 대처하는 태도를 기르는 것이다. 전자의 경우 주어진 일을 처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방향을 잡아 원하는 커리어를 만들기 위해 지금 하는 것에서 어떻게 확장할지를 고민하는 것이다. 나의 경우 프로덕트 오너 즉 한 프로덕트를 책임지고 관여하는 모든 사람이 한 방향으로 집중할 수 있게 도와주는 사람이 되길 원한다. 다음 스텝을 밟기 위해선 현재 프로덕트 오너라는 직무에 요구하는 사항들이 무엇인지를 찾아보고 향후에 어떤 역량이 중요해질지 예상해야 한다. 그런 다음 그런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일들을 맡든, 직접 만들어 내든 해야 할 것이다.


후자의 경우 빠르게 변하면서 과거의 정답이 오늘에선 오답이 되는 지식들을 제한 나머지 즉 변하지 않는 본질을 가꾸어나가는 것이다. 브런치 글이나 자기계발서, 경영서 등 서적을 읽으면서 탁월한 성취를 이루는 사람이란 누구인가를 알려고 노력했다. 책에선 공통적으로 호기심과 실행력, 그리고 겸손함을 얘기했다. 호기심이란 당연한 현상이라도 낯설게 보는 것이며, 실행력이란 결과에 상관없이 일단 해보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겸손함이란 내 생각이 전부 옳지 않을 수 있다는 마음가짐이다. 이 세 가지 태도는 앞으로 기획자로서 직면할 상황 속에서 어떻게 대처해 나갈 지를 결정한다고 믿는다. 


새로 나온 툴이니 최신 트렌드니 하는 금방 훅 꺼질 지식들에 집착하지 말자. 나보다 조금 앞서서 경험한 기획자분들이 겪어온 시행착오를 보고 듣는다. 그러면서 나라면 그 상황에서 어떻게 할 것인지를 스스로 해답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지금 내린 결론도 일을 하면서 바뀔지도 모른다. 막막한 것보다는 일단 뭐라도 정해놓고 해 봐야지 알 수 있으니까. 주니어기획자에서 시니어기획자로 그리고 프로덕트오너로 스텝을 밟기 위해 이 마음가짐으로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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