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 한창 하반기 공채를 준비하는 와중에 카카오프로젝트100에 썼던 글이다. 이때 질문이 '지금 느끼는 감정을 비유해서 써보세요'였는데, 질문을 보자마자 '하얀 도화지'가 떠올랐던 것 같다.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카카오프로젝트100에 썼던 글들도 옮겨왔는데, 최근에 누군가 그 글을 읽고 자기도 스스로 질문을 하고 답해보고 싶다고 댓글을 남겼다.
30일차까지 옮기다 힘에 부쳐 그만뒀는데 다시 옮겨야겠다 마음먹고 이전의 글을 다시 살펴봤다. 취업준비를 하면서 자존감이 떨어지지 말자고 시작했던 프로젝트였는데 지금 와서 보니 글로 남겨두길 잘했다 싶다. 불합격 통보를 받고 힘들었던 하루,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막막함 등의 감정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작년이나 지금이나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의 감정은 똑같구나.
신기하게도 내 글에는 한탄으로 끝나는 경우가 없었다. 서두는 언제나 나를 힘들게 한 감정에 대해 풀어냈다면, 말미에는 마음을 다잡고 어떻게 나아갈지 나름의 해결책을 내리는 것으로 마무리 지었다. 그래서일까. 내 글은 무겁지만 희망차다. 누군가 내 글을 읽고 도움받았다는 얘기를 전할 때마다 글로 남겨두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잘되고 멋진 모습만 보여주면 스스로에게 좋을 순 있다. 그러나 내가 취준생일 때 다른 사람의 합격사례를 들으며 이 사람은 예외적일 뿐이야 하고 단정 지었던 적이 많기에 그렇게 하지 않았다. 나의 성취가 특별한 무엇이 아니라, 자신을 탐색하고 나라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정의 내릴 수 있다면 어떤 사람이라도 길이 열린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
처음부터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 마지막까지도 불안해 마지않는 보통의 사람이란 걸 알려주고 싶었다. 그렇기에 그때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인 지난날의 실패도 슬픔도 불안감도 절절하게 쓰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