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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비내린 Aug 23. 2020

조직에서 일을 한다는 의미

한 달 전에 내가 알았으면 좋았을 것들

제가 신뢰를 주려면 어떻게 해야 되나요?


"서로가 신뢰하면 의견을 받아들이기가 쉬운 것 같아. 아직 꽃비내린이 신뢰를 충분히 주지 못해서 어려웠던 게 아닐까." 어색한 침묵을 깨려는 듯 팀장님은 내게 이렇게 말했다. 의기소침해 있던 나는 답이 없는 질문만 던지고 말았다. 어떻게 하면 신뢰를 줄 수 있을까. 그 고민을 한동안 해왔고 이제야 비로소 답을 찾은 것 같다.


팀장님과 일대일 면담 시간에 동료 피드백을 들었다. 예상은 했지만 팀장님의 입으로 솔직한 피드백을 받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공통적으로 얘기했던 아쉬운 점은 '소통'이었다. 일을 하면서도 삐걱된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같이 일했던 팀원들도 느꼈던 거겠지. 대화하는 것 같지 않다는 얘기에 지금의 방식을 버려야 한다는 걸 알아차렸다.



경험의 부재


'뭐가 문제였을까'라는 질문에 답은 경험의 부재였다. 나는 진정으로 협업해본 경험이 없었다. 대학에서 흔히 하는 조별 과제, 인턴이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정해진 일을 수행하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었다. 조직의 한 구성원으로 일한다는 것에 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남들은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해결되는 문제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 기간 동안 혼란과 괴로움을 겪게 내버려 두는 게 맞는 일일까. 대학에서는 결코 배울 수 없는 암묵적인 지식들에 대해 정리해보려 한다.


구성원이 자율적으로 일하는 문화가 잘 작동하기 위해선 서로 간의 '신뢰'가 있어야 한다. 여기까진 누구나 아는 얘기다. 그렇다면 신뢰는 어디서 오는가. 특히 이전부터 공고히 해온 조직문화에 처음 맞닿뜨린 새로운 사람이 포용될 수 있으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것은 '공유''존중' 두 가지를 통해 이룰 수 있다. 공유란 내가 내린 판단과 결정에 대해 관련된 팀원에게 알리는 것을 말한다. 존중이란 팀원이 나를 위해 준 시간과 노력에 대해 감사하게 여기는 마음을 의미한다.



공유와 존중


기업에 입사하기 전까지 우리는 경쟁 속에서 우위를 입증하는 것에 몰두했다. 내가 남들보다 뛰어난 무언가를 보여주려 했지, 다른 사람과 함께 일하는 법에 대한 고민이 없었다. 그러나 조직에서는 개인이 모든 걸 해결하는 경우는 없으며, 가깝게는 사수에서 멀게는 관련된 팀 간의 협업이 필수적이다. 협업이 잘 이루어지려면 프로세스가 명료하고 문서화가 잘되야겠지만, 시장 변화에 따라 빠르게 대응해야 하는 스타트업에선 이런 방식이 적합하지 않다. 나는 전자만 고려했지 이것이 없을 경우 무엇으로 협업을 이뤄나가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


그 결과 '소통의 부재'라는 평가를 받은 것이다. 이를 해결하려면 '이것까지 얘기해야 돼?' 싶을 만큼 공개하고 팀원의 의견을 듣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하고 있는 일뿐만 아니라 앞으로 할 계획까지도 나누다 보면 이 사람이 어떤 생각으로 지금 일을 하는지를 이해하고, 조직이 일하는 방식에 맞출 수 있게 제안할 수 있다. 이 과정을 통해 새로운 구성원이 조직에 잘 융화될 수 있다. 얘기하지 않으면 모른다. 사정을 알아줄 거라 생각하고 안일하게 있지 말고 구두로든 문서든 정리하고 공유해야 한다.


기획자는 혼자선 아무 일도 못하기 때문에 존중이란 기획자에게 더욱 중요한 마음가짐이다. <빌 캠벨, 실리콘밸리의 위대한 코치>에서 빌이 '요구사항 리스트를 엔지니어에게 툭 던져놓고 가버린 불량한' 프로덕트 매니저에게 이렇게 얘기했다. "만약 엔지니어에게 네가 원하는 기능을 한 번만 더 들이민다면 여기서 쫓겨날 각오를 해야 할 거야" 이처럼 어떤 기능을 만들 것인지는 개발자와 디자이너에게 맡겨야 하지, 기획자가 원하는 기능을 만들도록 요구하면 안 된다. 고객이 누구이고, 어떤 문제를 겪는지를 알려주는 일을 해야 한다.


그러므로 기획자가 낸 의견에 개발자와 디자이너가 반대하더라도 자신을 향한 비판이 아닌 더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한 과정이라 인식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지 못하면 방어적으로 나오게 되고 상대도 알아차리고 방어적이게 된다. 같이 고민해보고 제안하는 시간을 써준 것에 감사해하고, 구성원이 내린 결정에 대해 개인적으로 동의하지 않더라도 구성원을 믿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끝으로


원래 있던 태도를 바꾸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더욱 의식적으로 끊임없이 공유하고 존중하려는 자세를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다. 이 글을 쓰기 전까지 많은 망설임이 있었다. 잘하는 것보다 잘 못하는 것을 밝히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완벽한 사람이 어디 있을까. 흠이 있어도 감추기보단 차라리 공개해서 극복하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음에 글을 쓸 때는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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