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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비내린 Sep 06. 2020

고객 개발의 실전편,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실험하는 방법

'비즈니스 아이디어의 탄생'을 읽고서

"우리 서비스의 진짜 문제는 뭘까?" 이 책을 접하기 전에 고객이 가진 문제를 알아내는 방법을 알고 싶다는 간절함이 컸다. 한 가지에 몰두하게 되면 그것만 눈에 들어온다 했던가. 때마침 페이스북에서 피드를 보던 중 비즈니스북스에서 <비즈니스 아이디어의 탄생> 서평단을 모집한다는 글을 보게 됐다. 평소에도 경영/경제 도서는 자주 읽어서인지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신청했고 서평단에 선정됐다!


솔직히 말하자면 첫인상은 실망이었다. 텍스트 길이가 긴 전문도서로 기대했는데, 세로보다 가로가 더 긴 데다 펼치자마자 화려한 색으로 꾸민 도표/그림들이 나와 기겁했었지. 책을 다 읽고 난 후에야 '그림/도표가 많은 책이 꼭 전문성이 떨어지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알록달록한 첫인상에 충격과 공포


이 책을 읽기 전에 <아이디어 불패의 법칙>을 읽었는데 두 책 모두 고객 개발에 기반해서인지 시리즈로 연결된 느낌이 들었다. <아이디어 불패의 법칙>이 전반적인 고객 개발에 대한 얘기 + 프리토타입 방법에 대해 설명한 기본서에 가깝다면, <비즈니스 아이디어의 탄생>은 고객 개발의 여러 방법론을 소개하고 상황별로 어떤 실험을 하는 게 적합한지 정리한 안내서에 가깝다. 이 책 단독으로 읽기보다는 린스타트업이나 아이디어 불패의 법칙과 같은 책을 먼저 읽고 오는 것이 훨씬 이해가 쉬울 듯하다.


첫 번째 아이디어가 최선의 아이디어는 아닐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아이디어 불패의 법칙> 중


처음 떠오른 아이디어는 연약한 새싹과 같다. 뿌리가 단단하게 내려 자라날 때까지 계속해서 보살펴야 하는 것이다. 마법 같은 일이 벌어져 한번에 성공적인 아이디어가 나오면 좋겠지만, <왜 비즈니스에 철학이 필요한가>에서 얘기한 것처럼 '아이디어는 처음부터 위대하게 태어나지 않는다' 시중에 널리 알려진 방법론들은 많다. 그중에서 어떤 것을 하는 게 좋을까. <비즈니스 아이디어의 탄생>은 이러한 판단을 쉽게 할 수 있게 했다. 바로 좋은 가설의 특징 세 가지와 증거의 강도 그리고 비용과 시간을 통해서 말이다.


좋은 가설의 특징이란 무엇일까. 책에서는 수용 가능성, 실현 가능성, 생존 가능성 세 가지로 구분했다. 수용 가능성이란 목표로 하는 시장이 충분히 크고, 우리가 제공하려는 프로덕트가 고객에게 가치가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실현 가능성이란 비즈니스모델을 구축하는데 필요한 기술, 지적자산, 재무적 자산 등을 확보할 수 있는 가에 대해 판단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생존 가능성이란 비용보다 더 많은 매출을 낼 수 있는지 즉 수익을 낼 수 있는가에 대해 판단하는 것이다.


모든 실험의 결과가 가설의 참과 거짓을 판단할 때 동일한 정확성을 가지진 않는다. 그러면 가장 정확성이 높은 실험만 하면 되지 않냐는 생각이 들 수 있는데, 보통 정확성이 높은 실험일수록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기 때문에 빠르게 가설의 기각 여부를 판단하기엔 어렵다. <비즈니스 아이디어의 탄생>에선 한 가지 테스트만으로 판단하기보다는 여러 테스트를 조합해 동시에 혹은 연이어 진행하는 것을 제안한다.


실험을 선택하는 기준이 잘 설명되어 있다.


의견은 데이터가 아니다. 투자한 것이 없는 사람들이 낸 의견은 별생각 없이 던지는 추측에 불과하다. 그래서 단순히 설문조사나 인터뷰를 하는 것은 가장 낮은 강도의 증거이다. 설문조사 결과를 믿지 말라는 의미가 아니라, 설문조사에 응답한 내용이 실제 행동과 다를 수 있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낮은 강도의 증거인 테스트는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드는 높은 강도의 증거인 테스트를 하기 앞서 가설의 방향성을 잡기 위해 하는 것이 좋다.


실험의 함정을 피하기 위한 마인드셋은 리더가 조직 내에서 어떻게 실험하는 환경을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내용을 다룬다. 특히 리더의 실천법에서 내가 생각하는 기획자의 역할과 비슷하게 얘기를 하고 있어 더 인상 깊었다. 바로 '답을 주기보다 질문을 던져라'라는 자세이다. 최근에 슬랙에서 스레드로 긴 대화를 나누고 나면 내가 이해한 바가 맞는지 다시 확인하기 위해 요약해서 정리하고 이렇게 이해한 게 맞는지를 되묻곤 한다. 또한 개발이나 디자인 측면에서 반대한다면 의도를 잘 설명하고 내가 얘기한 방법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을지 물어본다. 이렇게 실제 구현하는 팀원의 입장을 이해하고 팀원들이 먼저 더 좋은 방안을 제안하게 함으로써 일을 추진하게 하는 것이다.


고객 개발과 린스타트업과 같은 좋은 방법론들을 억지로 조직에 적용하는 것은 좋지 않다. 결국 테스트를 하는 사람은 프로덕트를 맡은 구성원들이다. 새로운 방법론을 조직에서 수용할 수 있으려면 비용과 시간을 최소화하면서 높은 강도의 증거를 보여주면 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구성원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낼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이 글은 비즈니스북스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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