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꽃비내린 Jan 01. 2024

2024년을 맞이하며

연말 회고

올해는 커리어적으로 굴곡이 많은 한 해였다. 경영악화로 인한 권고사직으로 한차례 큰 웅덩이를 만났고, 지금 회사에 오기 전까지 직무에 대한 회의감과 떨어진 자존감으로 힘든 하루를 보내기도 했다. 지금 회사에서는 비로소 프로덕트 매니저로서 자립해서 일하는 경험을 하고 있다. '자립한다'는 말에는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을 진다는 의미를 담았다. 이전에도 물론 기획이나 프로젝트 매니징 등의 업무를 해왔지만 마음 한 켠에는 반 쪽짜리의 역할만 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프로덕트의 큰 방향성은 대표 혹은 경영진이 정해놓는 경우가 많고 내 의사와 무관하게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엎어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현재 회사에서 좋았던 점은 대표가 PO에게 제품의 의사결정 권한을 위임하는 점이었다. 물론 마음대로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건 아니고, 함께 일하는 팀원들이 납득할만한 충분한 근거를 제시하고 설득하는 과정은 필요하다. 이전에도 데이터를 보면서 나름의 분석을 해왔지만 여기서 더욱 날카롭게 데이터를 쪼개서 분석하는 법을 제대로 해왔다고 느낀다. 지금 회사는 매출을 내고 있는 회사이고 가장 중요하게 보는 지표는 흔히 얘기하는 MAU, 체류시간도 아닌 유료결제액이다. 새로운 기능을 출시하거나 기존 기능을 개선했을 때 매출액이 약 얼마 정도 늘어나는지를 산정해서 제시해야 한다. 매출액에 영향을 미치는 세부 요소를 찾고 각 요소의 영향도를 추정하는 것을 안할래야 안 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경험들이 지난 3개월간 압축해서 데이터 분석 역량을 기르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PM으로서 강점을 UX로 꼽았던 시기가 있었는데, 요즘에는 데이터를 쪼개서 추정할 수 있는 것이 내 강점이자 가장 좋아하는 영역이라 생각한다.


늘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람이지만은 올해는 특히 부족함을 많이 느꼈던 것 같다. 큰 규모의 회사에서는 어느 정도 갖춘 개발 환경과 다양한 전문 분야의 사람들과 협업을 했었기 때문에 문제없었던 것들이 작은 규모의 회사에서 일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가령 데이터를 추출할 수 없을 정도로 쿼리가 돌아가지 않는 환경에서 데이터 엔지니어 없이 분석 환경을 세팅하기란 여간 난감한 게 아니었다. 다행히도 CTO가 데이터 분석 환경을 구축하는 것에 관심이 있어서 빅쿼리도 도입해 보고, 구글 애널리틱스에 연결시키는 등 작업들을 같이 도와줘서 현재는 개발자 도움 없이 쿼리로 원하는 데이터를 추출할 수 있는 상태이다.


내년에 가장 고민인 건 매출 성장이다. 지난 3개월에서 매출을 늘리기 위한 여러 가지 시도를 해왔지만 매출을 크게 성장시킨 프로젝트는 없었다. 이쯤 되니 오기도 생긴다. PM으로서 성과를 낼 수 있는 아웃풋은 회사가 돈을 버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더욱 매출을 내 본 경험 없이 인정받는 PM이 될 수 없다고 본다. 내가 잘하지 못하는 분야가 재무/프라이싱인데, 내년에는 이런 부분을 공부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려고 한다.


올해의 책

- 데이터 분석과 비판적 사고

대학 서적임에도 읽기 쉬운 수준의 사례와 설명으로 통계를 이미 아는 사람도 새로운 관점에서 읽기 좋은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 과학에서 조차 검증 가능한 영역이 거의 없음에 절망을 느낄 수도 있다... 그만큼 실험 결과를 해석할 때 오류에 빠지지 않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을 배울 수 있다. 후반으로 갈수록 전공자가 아니면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들이 많아서 초중반 정도만 읽어도 충분할 듯!


올해의 음악

- 빌리 아일리쉬의 "What Was I Made For?"

영화 바비 마지막 장면에서 쓰인 OST가 너무 인상적이어서 집에서 따로 찾아보고 알게 된 곡이다. 한창 PM으로서 자격이 없는 건 아닐까 울적해하던 시기에 가사가 내 상황을 잘 묘사하는 것 같아 자주 들었다.


올해의 영화

- 헝거게임 :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

헝거게임은 중학생 때 시리즈 세 권을 사서 열심히 읽었던 책이다. 영화로 개봉했을 당시 내가 아는 피터와 게일이 아니었던 게 어찌나 실망스러웠던지 원작을 따라오지 못한다고 했었는데 말이지.. 2편까지 보고 이후 나온 영화들은 보지 않다가 오랜만에 프리퀄 영화가 나온다고 해서 영화관에 갔다. 영화 자체는 엄청 좋을 만큼은 아니었지만 프리퀄을 보고 난 뒤 잊었던 기존 시리즈의 결말이 보고 싶어 1, 2, 3, 4 편을 연달아보고 헝거게임 이북도 구매해서 읽게 만든 일등공신이었기에 올해의 영화로 낙점했다.


올해의 장소

- 고속터미널 꽃시장

친구가 크리스마스 트리를 직접 만들어보자고 해서 오랜만에 꽃 시장에 방문했다. 몰랐는데 꽃시장에는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달에 트리와 오너먼트를 판다고 한다.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한껏 나는 트리들 사이를 지나가니 미리 크리스마스를 경험한 느낌이 들었다. 트리에 달 오너먼트를 찾는다면 방문해 보길 추천하는 장소!


회고에서 다 담지 못했지만 처음으로 2번이나 외부 강연을 나갔고, 중간중간에 북클럽을 하며 여러 책을 업계 사람들과 읽는 경험들을 했다. 올해 마지막 몇 개월간은 회사에 적응하느라 외부 활동을 많이 하지 못했는데 내년에는 사이드 프로젝트도 해보고 기존과 다른 색다른 경험들도 많이 해보고 싶다. 내년에도 이팅!

매거진의 이전글 문제정의의 기본은 데이터에 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