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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쓰다의 카페오레와 빵 먹는 모습이 그리울 줄이야

'가연물'을 읽고서

by 꽃비내린 Jan 11. 2025

요네자와 호노부는 빙과로 먼저 접했었다. 학교추리물을 표방한 빙과 시리즈는 가벼운 추리와 트릭으로 구성해 큰 인상을 받지 못했다. 그러다 그 이후 출간된 보틀넥을 읽고 요네자와에 대한 인상이 달라졌다. 음울하고 어두운 이야기도 담을 줄 아는 필력에 야경, 왕과 서커스, 양들의 축연 등 그의 다양한 집필작을 탐독했다.


대학을 졸업한 후로 추리소설에 대한 관심이 시들어 한동안 에세이와 잔잔한 이야기를 담은 소설 위주로 읽었다. 그러다 이번에 트레바리 클럽에서 요네자와 호노부의 책 모임을 발견했고 오랜만에 추리소설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요네자와 호노부의 이번 작인 '가연물'은 주인공 가쓰다 형사가 사건 현장에서 진실을 추리해 나가는 연작물이다. 가쓰다란 인물은 주변인에게 살갑지 않고 냉철하지만 실력만은 인정받는다. 소설 속 인물이니까 괜찮지 실제 인물이라면 그리 가까이 두고 싶지 않은 사람이다. 그럼에도 그가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밤을 지새워 피로한 상황에서 어떻게든 정신을 붙들며 현장을 전두지휘 하는 모습은 존경하고 싶다. 목석과 같은 그에게 인간적인 면이 있다면 카페오레와 달콤한 빵이다. 매화마다 그의 점심과 저녁은 카페오레와 달콤한 빵으로 배를 채우는데, 건강이 심히 염려될 정도다. 그래서 책을 덮을 즘엔 가쓰다의 카페오레와 달콤한 빵에 대한 사랑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가연물은 총 5개의 사건을 다루고 있다. 사건의 용의자는 대체로 초반에 특정이 되지만 이야기의 중심은 범행한 '동기'와 범행 '방법'을 찾는 데 있다. 가령, 낭떠러지 밑 사건의 범인은 피해자와 같은 곳에서 중상을 입었던 미즈노로, 범행 도구를 밝혀내기 위한 수사 내용을 담고 있다. 졸음 사건에선 4명의 목격자가 위증을 한 이유를 밝혀내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다른 추리소설과 달리 가연물에선 가쓰다와 주변 형사 사이에 상하 관계로 인한 미묘한 갈등, 교통과와 형사과 간 업무 침범에 대한 불만 등 현실에서 조직 간에 벌어지는 상황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또 현실적으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형사와 경찰이 탐문을 해야 하고 법적인 절차를 거쳐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을 수차례 밟는지를 알 수 있었다.


마지막 사건인 '진짜인가'를 끝으로 가쓰라 형사의 활약은 더 이상 볼 수 없다. 책에선 가쓰라의 내면과 그의 배경은 일부러 배제해 놓고 사건 해결에 집중하고 있는데, 그의 과거에 대한 얘기도 좀 더 풀어볼 여지가 있지 않나 아쉬움이 남는다. 추리소설의 여운이 한참을 가시지 않아 요네자와 호노부의 다음 책을 뒤적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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