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X 전환 TF를 시작하다

26년 3월 회고

by 꽃비내린

다시 돌아온 러닝

영하 날씨에서 영상으로 올라가면서 3월부터 다시 러닝을 시작했다. 매주 월수금은 러닝과 화목은 요가와 함께 하루를 시작한다. SNS 알고리즘이 어떻게 알아챘는지 밴쿠버 하프 마라톤 광고가 떴다. 해외에서 마라톤 기록을 세우는 건 재밌는 경험일 것 같았다. 캐나다에 언니를 만나러 가야기도 했고 그 김에 이런 도전도 해보려 한다. 아직은 10km도 벅찬지라 바로 도전은 어렵고 올해 전문 러닝 훈련을 받아서 하프까지 완주해보려 한다.


독립영화의 매력

지인이 한예종에 합격하고 본격적인 감독 준비를 하는 걸 보며 독립 영화에도 관심이 생겼다. 한예종 영화제와 한국영화아카데미 영화제에 참여했는데 비슷한 시기에 두 영화제 모두 사랑과 관계에 대해 다루는 점이 흥미로웠다. 이번 달 한국영화아카데미 영화제 타이틀은 '우리 무슨 사이야?'이다. 인상 깊게 본 영화는 '개'와 '망둥이'. '개'는 결혼 준비에 한창인 두 연인 사이에 '개'가 끼어들면서 묘하게 균열이 일어나는 과정을 보여준다. 남자는 개에 집중한 여자의 관심을 돌리고 싶어 일부러 산책 중에 개의 목줄을 푼다. 한참 뒤 개는 이동 중에 차에 치여 죽는다. 그 이후의 전개는 웬만한 공포 영화 수준으로 섬뜩하다. 굉장히 섬뜩하면서 기괴한 느낌인데 몰입감이 컸다.

'망둥이'는 선감학원에 대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선감학원은 선감도라는 섬에서 아동과 청소년 교화라는 임명 하에 노역과 폭행을 행했던 수용소다. 이 영화는 선감원 출신인 남자에 대한 얘기다. 남자는 선감원 아이들과 노는 딸로부터 아이들을 떼어내기 위해 선감원 아이들에게 탈출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그 방법은 자신이 선감원 시절에 탈출을 시도했던 방법, 즉 밀물이 오기 전에 망둥이처럼 기어서 도망치는 것이다. 그러나 아이들은 탈출에 실패하고 죽음을 맞이한다. 딸이 그 사실을 알고 남자를 무서워한다. 남자는 말한다. 자신은 이 땅이 고향이고 죽어도 여기서 죽는다고. 가족이 떠난 집에서 홀로 누운 남자는 흐느껴 운다. 어쩌면 남자는 도망치지 못하고 선감원이란 트라우마에 빠져나오지 못한 자신 대신 아이들에게 희망을 보려 했던 건 아닐까. 10분 내외의 짧은 영화들이었지만 상업영화만큼 아니 그 이상의 이야기들을 관람할 수 있어 좋았다.


서로 보완하는 사이

회고모임에서 인연이 되어 종종 연락하는 K님. 모임 내내 비슷한 성향이라고 느꼈던 분이라 친해지고 싶었다. 오랜만에 만나 서로의 근황에 대해 얘기하다 자연스럽게 '어떤 사람을 만나야 하는가'에 대한 주제로 이어지게 됐다. 전에는 누군가를 만난다면 결이 비슷한 사람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관심사와 취향이 닮은 사람을 만났는데 너무 닮아서 오히려 덤덤했달까. 요즘엔 좁은 시야에 갇혀 있지 않도록 다양한 사람들의 얘기를 들으려 노력하고 있다. 그러면서 알게 된 건 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은 나를 닮지 않은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다른 시야로 바라볼 수 있는, 그래서 서로 보완할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K님은 결이 다르더라도 결혼을 생각한다면 딱 두 가지는 같아야 한다고 했다. ‘웃음 코드’ 그리고 ‘화내는 포인트’. 그리고 언어든 신체적이든 폭력을 쓰지 않는 사람. K님은 원래 굉장히 예민하고 다른 사람을 챙기는 사람은 아니었다고 했다. 지금의 남자친구는 반대로 무던하고 사람을 아끼는 사람이었다. 오랜 시간을 만나면서 남자친구의 무던함과 사람을 아끼는 마음으로 변했다고 한다. 반대로 남자친구는 거절을 잘 못하는 성격이었는데 K님의 딱 잘라서 거절할 수 있는 태도를 보고 지금은 거절을 요령 있게 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나의 부족한 점은 뭘까 생각해 봤다. 나는 불확실성에 불안감이 있다. 그래서 불확실한 상황에 도전하지 못하고 질질 끄는 경향이 있다. 불확실한 상황에도 긍정하고 도전하는 사람, 그리고 늘 어떤 일이든 응원해 주고 지지해 줄 사람이라면 보완해 줄 수 있지 않을까.


때론 무계획도 나쁘진 않다

원래 계획은 키르기스스탄을 여행하기였지만 한국에선 비인기 국가여서일까 최소인원이 미달되면서 못 가게 됐다. 4월에 붕 뜬 시간이 아까워 다른 여행지를 알아보다 '프라하'로 정했다. 아시아가 아닌 곳은 혼자 가기가 어려워서 2030대 직장인들끼리 밍글링 투어 위주로 알아봤다. 한 자리만 남은 투어에 신청하고 항공권과 숙소를 급하게 예약하고 나니 이게 맞나? 너무 대충 정한 건가? 싶으면서 이상하게 후련했다. 첫 해외여행에서 준비 없이 갔다가 엄청난 스트레스를 겪고 난 뒤, 해외여행을 하면 최소 한 달 전에 숙소부터 교통편까지 다 짜야 안심했었으니까. 가고 싶은 관광지도, 꼭 먹어야 할 음식도 없는 지금 그저 흐르면 흐르는 대로 가면 가는 대로 즉흥적으로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7박 9일이란 인생 최장기록의 여행에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기대된다.


재무 관점에서 사업을 바라보기

'진짜 매출을 부르는 회계 감각' 책을 읽었다. 전부터 경영진과 소통할 때 재무적 지식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많았어서 누가 추천하자마자 구매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좋았던 점은 대차대조표 개념이나 계정 과목을 이론적으로만 다루기보다 실전에서 활용하는 방법 중심으로 정리했다는 것이었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재무 관점에서 사업을 볼 때 훨씬 큰 시야로 볼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제품만 집중할 때는 이 제품의 기능 하나하나를 중심으로 봤다면, 재무 관점으로는 회사의 재무 상황에 따라 어디에 집중할지가 정해진다.

현금 흐름이 창출되고 있는가, 창출되지 않는다면 어디의 문제인가. 원가, 판관비 등을 체크한다. 그리고 제품별/고객별/채널별 매출과 매출원가, 영업이익을 비교해 중요한 상위 제품/고객/채널에 집중하고 영업이익을 까먹는 것들을 과감히 접거나 영업이익이 + 되도록 객단가를 높인다. 우리 서비스의 4개년 재무제표를 보면서 월 최소 N억 원 이상을 벌 때 영업이익이 +가 된다는 것을 확인했고, 변동비와 고정비는 대체로 평평한 추세를 그리는 반면 매출에서 변동폭이 높아 매출액에 따라 영업이익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 경우 PM이 집중해야 하는 건 비용을 줄이는 것보다 매출 즉 결제자 수를 높이거나 객단가를 높이는 것이다. 객단가를 높일지 말지는 경쟁사의 객단가를 비교한다. 경쟁사의 객단가가 높다면 더 높일 여력이 있다. 객단가가 낮다면 우리가 객단가를 높여도 되는 산업군인가를 따진다. 우리 서비스는 소셜이기 때문에 사람들의 인식에 가치가 낮다. 친구를 사귀는 일에는 돈을 쓰지 않는다. 따라서 객단가를 높이는 방향으로 비즈니스를 전환하는 전략을 세울 수 있다. (데이팅 혹은 언어학습) 이렇게 재무 관점에서 판단하면 좋은 점은 경영진을 설득하기 쉬워진다.

경영진은 투자사의 요구사항은 물론 회사의 지속가능성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현금 흐름이 중요하다. 전략의 방향을 현금 흐름 관점에서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하면 자연스럽게 경영진의 기대/목표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영업이익을 늘릴 수 있다는데 누가 거절하겠는가. 팀원을 설득하는데도 힘이 실린다. 단순히 유저의 경험이 좋아진다, 주요 KR이 개선된다는 얘기보다 우리의 일들이 회사 매출에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가 동기 부여가 된다. 우리 회사는 개발자조차도 매출에 관심이 많고 매출 개선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그렇다. 앞으로 문제를 정의할 때 유저의 경험 측면 외에도 현금흐름의 관점에서 균형 있게 보려 한다.


AX 전환 TF 리드

앱 삭제 이슈가 처음 나오고 한 달이 지났다. 한 달이나 심사 보류 상태였던 것이다..! 3주째가 되는 날 대표와 CTO 그리고 내가 모여서 향후 우리 팀의 리소스 배분에 대해 논의했다. 마침 CTO가 PO를 겸하고 있던 신사업이 유저에게 반응이 오고 있어 빠르게 결제를 붙이고 마케팅을 공격적으로 해야 하는 시기였다. 그래서 개발자와 디자이너는 신사업에 집중하고 마케팅만 최소한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그러면 PM인 나는 어떻게 할지 애매한 상황이었는데 전부터 관심 있었던 사내 업무 프로세스 개선과 내부 툴을 관리하는 일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외부에서 컨설팅할 때는 애매했는데 J에게는 믿고 맡길 만해.' 대표와 CTO가 내게 보인 신뢰는 더욱 잘하고 싶게 했다.

다만 앞으로 어떤 일을 맡을지에 대한 논의는 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먼저 이 TF가 왜 만들어졌고 사내에 어떤 역할을 할지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서로 생각하는 기대치가 다르다고 느꼈고 이 상황에서 전사에 공감 없이 행동하다가는 이도 저도 안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우선 공지 채널에 TF 소식을 알리고 각 팀에 현재 업무에서 AI로 자동화하고 싶은 일을 듣고 싶다고 인터뷰를 요청했다. 시작이 좋았다. 대부분의 팀에서 인터뷰 요청이 왔다. 이어서 TF 관련 문서화 작업을 진행했다. 인터뷰 내용 & 클로드 코드 관련 기본 지식을 정리했다. 그리고 이 또한 채널에 공유해서 누구나 TF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게 했다. 마지막으로 ai 관련 소식을 올리는 채널을 AX 채널로 변경하고 개별적으로 알아서 AI를 다루는 방식에서 TF 중심으로 AI 중심의 업무 체계를 논의하는 채널을 운영하기로 했다.

최근엔 AX 전환 TF가 용역처럼 하는 방식이 효과적이지 않다는 얘기를 듣고 전사가 AI 활용 역량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으로 실행하고 있다. 먼저 팀의 암묵적 지식이 더 중요한 테스크들은 직접 구축할 수 있도록 과제 중심의 세미나를 준비했다. 그다음 비개발자 전용 깃헙 레포지터리를 만들고 보안 이슈와 결과 퀄리티 보장을 위해 공통된 환경설정 (Claude.md 규칙, 회사/제품별 비전과 미션, 의사결정 로그, 주요 Skill/Sub agent를 한 번에 세팅할 수 있는 워크플로우)을 구축하고 있다. 문제가 명확하고 해야 할 일을 만들어내야 하는 일이 꽤나 재밌었다. 말 그대로 몸에 잘 맞는 느낌이었다. 너무 오랫동안 성취감을 못 느끼고 일한 것 같아서 이게 성취감이구나 싶었다. 앞으로도 이 성취감이 이어질 수 있는 일을 찾아가려고 한다.


프로덕트 빌더

클로드 코드를 처음 사용할 때는 생각 이상으로 어렵지 않고, 잘 동작되는 경험으로 만드는 즐거움이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인프라와 연결하는 과정, 주요 권한 설정, 시스템 설정 등이 들어가는 경우 클로드 코드에서 해결이 어려워 개발자의 도움을 받는 일이 있었다. 특히 PR을 올리고 개발자분이 뭐가 바뀌었냐고 물었을 때 ‘클로드 코드가 이렇게 해줬다’는 식의 대답 밖에 못하는 게 굉장히 민망했다. 아무리 개발지식이 없어도 이렇게 아무것도 모르고 하는 게 맞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클로드 코드를 잘 사용하는 사람들의 글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냥 만들었어요 하고 자랑하는 글 말고, 클로드 코드가 사람의 검토 없이 코드를 제대로 작성하고 유지보수를 할 수 있게 돌아가는 방식. 요즘엔 이걸 하네스 엔지니어링이라고 하는데 유지보수를 하면서 더욱 필요성을 느낀다. 코드 설계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자 기존 코드를 기반으로 아키텍처 문서를 만들도록 했다. 이제 여기서 변경된 사항들을 확인하면서 왜 이런 구조로 만들었는지 클로드 코드에 물어보면서 배워나가려고 한다.

개발언어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코드 작성 규칙과 아키텍처를 이해하면 누구나 개발자가 될 수 있는 시대다. 나는 앞으로의 업무 방식이 PM/디자이너/개발자 간의 협업이 아닌 제품 설계자 (프로덕트 빌더)로 통합될 것으로 믿는다. 이 과정에서 모든 사람은 PM적 사고방식을 갖추고 AI가 각 영역의 암묵지를 익히고 동일한 퀄리티의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설계하는 역량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레버리지 활용하기

다른 팀 PO인 S와 어쩌다 보니 점심을 먹으면서 서로 가진 고민들을 나눴다. 내가 생각하는 PM으로서 약점은 과감한 베팅을 못하는 건데 그 이유를 보면 설득이 어려우니까 데이터를 찾게 되고 데이터가 없으니까 자신감이 떨어져서였다. S가 접근하는 방식은 달랐는데 데이터가 꼭 없더라도 인간의 본성에서 어떻게 선택받는지를 고려하는 것이다. 생각보다 사람들은 서비스를 선택할 때 꼼꼼하게 따지지 않고 충동적으로 선택한다. 그 제품이 주는 느낌이 더 중요하다. S가 브랜딩에 몇 억을 베팅할 수 있었던 것도 데이팅 앱 시장에서 사람들에게 대세감을 주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이 있어서였다. 대세감이 있어야 10년은 버틴다라는 말로 대표를 설득했다고 한다. 어쩌면 내가 부족한 부분은 ‘본성’을 건드리는 건지도.

사람들이 왜 이 서비스를 쓰는지 욕구 관점에서 서비스를 개선하는 건 생각하지 못했다. 계속 데이터 관점에서 개선하려고 하니 확실한 영역/눈에 보이는 영역 즉, 최적화만 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새로운 BM을 시도하려면 더 넓게 봐야 한다. 마치 무신사가 온라인 플랫폼에서 PB상품을 만들고, 오프라인에 진출한 것처럼. S는 나에게 부족한 영역을 혼자 고민하기보다 잘하는 사람과 얘기하면서 채워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본성을 건드리는 영역에 고민이 있다면 S를 이용하라고 말했다. 이제껏 레버리지를 조금씩 해오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잘 활용하지 못했다는 걸 다시 알게 됐다. 앞으로 의식적으로 레버리지를 잘하고 있는지 점검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