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자 에밀리 에스파하니 스미스는 TED 강연에서 행복을 좇는 것이 오히려 불행하게 만든다는 말을 했습니다. 그중에서 사람은 항상 불안감과 자기 자신에 대한 의심 같은 작은 고통을 해결해야 하고, 이 고통스러운 경험을 포용했을 때 변화를 만든다는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이것이 행복한 삶보다 더 가치 있는 '의미 있는 삶(Meaningful life)'을 사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글쓰기를 통해 자기발견을 하는 것도 의미 있는 삶을 찾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때론 깊게 잠겨 있던 고통스러운 기억도 끄집어내야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늘 그래 왔듯이 과거를 대면하고 인정하고 변화하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질문 하나, 당신은 당신 자신으로 살고 있나요?
당신 자신으로 산다라.. 이 뜻이 나 답게 산다는 것을 의미한다면, 이제야 저는 그 방향을 향해 발길을 돌린 것 같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나 답게 살기보다는 '이 나이대면 반드시 해야 한다'는 사회의 기대에 순응하려고 했었습니다.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진실되지 못한 것만 같았고, 늘 남들보다 뒤처져 있다는 생각에 초조했습니다.
어느 순간 이대론 안 되겠다는 '위기감'이 느껴졌습니다. 이렇게 사는 것이 옳을까 의심이 들었고, 자소서 멘토링에서 만났던 멘토님의 말씀 덕분에 당장 취업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앞으로 내가 뭘 하고 싶은지를 정하는 것이 원하는 인생을 살기 위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멘토님이 추천해주신 자기계발서를 시작으로, 목표 지향적인 삶을 사는 법, 좋은 습관을 만드는 법을 공부했습니다. '괜찮아 보이는' 기업이 아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기업에 들어가, 3개월간 마음껏 시도했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했을 때 가장 즐겁고 더 성장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는 것입니다.
지금은 급하게 어디든 취업해서 돈을 벌어야지 하는 생각을 내려놓았습니다. 대신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일부터 하면서 기회가 찾아왔을 때 잡을 수 있는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로 어플 하나로 UX를 분석한 글을 올리고 링크드인과 같은 구직사이트에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이고, 기획자의 저녁식탁이라는 이름으로 IT뉴스레터를 만드는 것입니다.
누가 시켜서 억지로 하는 일이 아니라 스스로의 필요에 의해서 자발적으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이끌리는 방향대로 차곡차곡 쌓다 보면 어느 날 제 자신을 돌아봤을 때 '어? 이제 나 답게 살고 있네?'라고 놀라게 되지 않을까 상상해봅니다.
질문 둘, 당신은 자기 자신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요?
남이 보는 나와 제가 보는 나는 벤다이어그램처럼 일부만 교집합 된 형태로 되어 있을 것입니다. 교집합이 클수록 일치감을 느낄 것이고 교집합이 작을수록 괴리감을 느낄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첫인상을 물어보거나, 왜 그렇게 느꼈는지를 상대에게 물어보며 제가 생각하는 나와 얼마나 같은지를 가늠해보곤 합니다.
남이 보는 나
- 첫인상이 차갑다
- 독특하다, 엉뚱하다(?)
- 단호하다, 주관이 뚜렷하다, 목소리에 힘이 있다, 고집 있다
- 이지적이다, 박학다식하다, 선생님 같다(학창 시절에 특히 많이 들었던)
- 열심히 한다, 열정적이다
- 차분하다
내가 보는 나
- 감정 스펙트럼이 넓다(높고 낮음이 남들에 비해 넓다)
- 섬세하다
- 배우는 것을 좋아한다
- 욕심이 많다(특히 일적인 부분에)
- 완벽주의자
- 중요한 결정일수록 미루는 경향이 있지만 한번 결정을 내리면 바로 움직인다
- 제약받는 것을 싫어한다
- 정직한 것을 중요시한다(규칙, 신뢰, 성실 등)
- 성격이 급하다(빨리 해치우는 것을 좋아한다)
- 사람에 무심한 줄 알았는데, 헤어질 때 정이 많다는 걸 느낀다
- 일단 유용하다 싶으면 즐겨찾기 하든 메모장에 옮겨 적 든, 캡처하든 수집한다
- 결과물이 눈에 보이지 않으면 쉽게 의욕이 떨어진다
남이 보는 나에서 의외였던 점이 '첫인상이 차갑다'는 소리였습니다. 잘 웃고 다닌다고 생각해서 첫인상이 딱딱해 보일 줄 꿈에도 몰랐습니다. 프로필 사진을 촬영해보면서 처음으로 무표정일 때 저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차갑게 느껴졌습니다. 그 이후로 처음 사람을 만날 때 웃는 모습을 보이려 신경 쓰곤 합니다.
두 번째로 의외였던 점은 '독특하다'는 평이었는데요. 첫인상보다는 오래 만났을 때 주로 듣습니다. 처음엔 '나는 진지한데 어떤 점이 특이하다는 거지?'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생각해보니 혼자 생각에 잠기는 경우가 많고 의외의 모습, 가령 공포게임 좋아하고 게임실황을 찾아본다던지, 을 보이는 경우가 많아서 그렇게 느껴졌지 않나 스스로 납득했습니다.
질문 셋, [ 한달자기발견 ]을 신청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다른 글쓰기 모임도 많았지만 한달 커뮤니티를 선택한 이유는 이진선 작가님의 브런치 글 때문이었습니다. "영감을 주는 디자이너"라는 철학에 인상 깊었고, 저 또한 저 만의 철학을 가지고 싶어 졌습니다. 마침 이진선 작가님이 '한달'이라는 커뮤니티를 공개 모집한다고 하셔서 신청하게 됐습니다.
한달자기발견을 리드하시는 점이 신청한 이유 중에 하나기도 하지만, 또 여전히 제가 잘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들 때가 있어 이번 기회에 중심을 잘 잡고 싶다는 마음도 포함됩니다. 0일 차를 쓰면서 좋았던 점은 '내가 누구인가'를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써보니 '내가 누구이고, 뭘 하고 싶은지' 차분하게 써졌다는 것입니다.
어제가 자소서 제출기한이었는데요. 그전까지 두려운 마음에 한 줄도 적어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0일 차를 먼저 쓰고 나서 어떻게든 쓰자고 결정했습니다. 0일 차를 쓰고 나니 '그냥 나답게 써도 되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자소서에서도 하고 싶은 말을 풀어썼습니다. 취업해야 한다는 부담 없이 내 얘기를 쓴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문맥도 다듬지 않아 엉망이고 일부 문장은 늘어지기도 했지만 나 답게 써봤다는 것으로 만족했습니다. 한달자기발견을 통해 나 답게 쓰는 법을 배웠다고 해야 할까요? 앞으로 남은 29일의 여정이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