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다룰 서비스는 당근마켓입니다. 저는 구글스토어에 인기앱과 급상승앱을 주로 보는 편입니다. 당근마켓에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인기앱 상위에 오르면서였습니다. 중고거래 앱이 갑자기 인기를 얻게 된 이유가 궁금해 다운로드하였는데요. 이전에 회원가입만 하고 한참 두었다 올해 처음 이용해봤습니다. 첫 게시물부터 거래까지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꽤나 재밌고 놀라운 경험을 했어서 그 경험담을 얘기해보고자 합니다.
당근마켓 홈페이지
1. 앱의 목적과 사용자층
1) 한 줄로 정의하는 서비스
당근마켓은 안 쓰는 물품을 가까운 동네 이웃과 나눔하는 중고거래 플랫폼이다.
당근마켓은 '당신 근처에서 만나는 마켓'의 준말로, 중고거래에서 시작해 지역커뮤니티 및 정보 서비스를 지향하고 있다. 중고거래 플랫폼에 있어 핵심가치는 '신뢰'라고 볼 수 있다. 중고나라 사기와 관련된 뉴스가 종종 보도되어 왔기 때문에 사람들 사이에 사기 거래의 위험에 인식이 높다.
중고거래 플랫폼이 유지되기 위해선 유저에게 서비스 내에선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다는 확신을 주어야 한다. 당근마켓은 주거 지역 반경으로 거래를 제한함으로써 이러한 유저의 painpoint를 해결했다. 거래 지역을 제한한 것 외에도 거래 상대방과 쌍방으로 평가하는 매너평가 기능과 실시간 모니터링으로 이상 거래를 탐지하는 사기방지 시스템을 도입해 사기거래를 사전에 차단하고 있다.
당근마켓의 주요 수입원은 지역 상점 광고이다. 유저의 위치정보를 수집해 업체들이 특정 지역만 타깃으로 광고를 할 수 있게 해놨다. 광고비는 선택한 지역, 카테고리, 기간, 반복 노출 횟수에 따라 책정하고 있다. 1,000회 노출당 비용(CPM)이 평균 4,000~5,000원 정도(2019년 기준)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광고에 비해 저렴한 수준이다. 지역 상점 광고 관련 안내를 참고했을 때 광고 노출 효과가 중요하므로, 월간 활성사용자수(MAU), 해당 지역의 가입자 수가 주요 지표로 보인다.
당근마켓은 초기 가입자의 이탈률을 낮추기 위해 첫 가입 이후 일정기간 채팅으로 가이드를 제공하고 있다. 유저는 가입 후 3일째에 구매 관련 가이드를, 8일째에 판매 관련 가이드를 받을 수 있다. 여기서 두 가지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첫째는 중고거래의 경우 판매보다는 구입 목적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며, 둘째는 가입 후 3일 이내 구매 활동이 없거나 8일 이내 판매 활동이 없으면 유저가 이탈한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8일마다 '동네에 인기매물' 관련 푸시알림을 보내 리텐션을 높이고 있다.
※ 추가 내용) 로켓펀치 조민희 대표님의 블로그에서 당근마켓 김재현 대표와 인터뷰한 글을 소개했다(아래 참고 자료 참조). 인터뷰를 통해 당근마켓이 2주 이내 거래 성사를 주요 지표로 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외부인의 시선에서 핵심 지표를 정확히 짚어내기 위해선 대표의 인터뷰나 글을 참고해볼만 하다.
2) Primary 유저는 누구고 Secondary 유저는 누구인가
Primary 유저는 중고거래하는 사용자이고, Secondary 유저는 지역업체이다. 플랫폼이 지역 기반 커뮤니티를 지향하는 만큼 한 지역에 사용자가 충분히 많아야 한다. 또 이런 사용자 수가 많아지면 광고 효율도 높아지기 때문에 플랫폼의 UX와 UI를 설계할 때는 Primary 유저의 핵심 활동 요소가 매끄럽게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다만 주요 수입원이 지역 광고인만큼 Primary의 핵심 활동에 방해하지 않으면서 광고 효과를 높일 수 있는 UI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3) 나는 왜 그리고 언제 이 서비스를 사용하는가
최근에 이사를 준비하게 되면서 안 쓰는 물건들을 정리해야 했다. 보통은 일회용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리지만 쌀 포대처럼 버리기 애매한 물건들은 처치가 곤란했다. 마침 당근마켓을 이전에 다운 받아 놓기도 했고 택배를 보내지 않고 집 근처에서 거래가 가능하다는 이점 때문에 처음 중고거래를 이용하게 됐다. 10kg 쌀 판매글을 올리자마자 거래문의가 들어와 당황했지만 안 쓰는 물건을 빨리 처분하기엔 이만한 서비스가 없다고 느꼈다.
판매 경험을 해본 후 이번에는 구매를 시도했다. 무드등을 키워드 알림으로 설정하고 시간 날 때 게시물이 올라오는지 확인했다. 평소 관심 있었던 무드등이 마침 새 상품으로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어 곧바로 거래를 요청했고 무사히 거래를 끝냈다. 매너온도도 그렇고 거래가 끝나면 감사 인사를 꼭 전하는데, 이 때문인지 매너가 좋으신 분들이 많았다. 하자가 크지 않는 이상 중고 물품에 거부감이 없기 때문에 갖고 싶지만 저렴하게 구입하고 싶을 때 종종 이용할 예정이다.
2. 앱 정보구조
당근마켓의 정보구조(좌), 앱 설정 하위 구조(우)
핵심 활동 요소 측면에서 당근마켓의 유저는 크게 구매자와 판매자로 구분할 수 있으며, 판매자는 다시 개인과 기업으로 나눌 수 있다. 아래는 구매자와 판매자별 핵심 활동을 간단히 정의하고 중고거래까지의 흐름을 그렸다. 그 아래에는 각 단계에서 좋은 사용자경험을 주는 요소는 주황색으로 표시하고, 나쁜 사용자 경험을 주는 요소는 회색으로 표시했다.
구매자 핵심 활동과 Flow 도식화
판매자 핵심 활동과 Flow 도식화
1) 어떤 점이 좋은 사용경험을 주는가
구매자의 핵심 활동을 도식화한 부분만 따로 떼어냈을 때, 당근마켓은 '게시물을 본다', '거래 일정을 정한다', '후기를 남긴다' 세 가지에서 좋은 사용경험을 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세부적인 사항으로는 다음과 같다.
구매자 핵심 활동
동네 범위 지정
가입 후 동네 인증을 거치면 홈화면에는 인증한 동네의 게시글을 보여준다. 집 근처에서 거래하고 싶은 유저와 조금 멀어도 더 많은 제품을 보고 싶은 유저가 있을 텐데, 당근마켓은 유저가 필요에 따라 게시글 범위를 조정할 수 있게 했다. 상단에 동네명을 누르면 현재 지정된 동네와 '내 동네 설정'이 보인다. '내 동네 설정'을 누르면 우측 이미지처럼 동네 범위를 지정하는 페이지가 보인다.
내 동네 설정
동네 설정을 최대 2개로 정한 것이 흥미로운데, 이는 집과 회사를 오가는 직장인은 집 근처 외에도 회사 근처에서도 거래를 하기 때문에 이런 편의성을 고려한 것이 아닐까 싶다. 당근마켓은 조절바로 동네 범위를 조정할 수 있게 했다. '내 동네'에서 '근처 동네'로 갈수록 근처 동네 개수가 늘어나는데 이를 하단에 시각적으로 보여주면서 얼마나 많은 동네가 포함되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살짝 아쉬운 점이라면 동네 이름만 보고선 어느 정도의 거리인지 감이 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번개마켓에선 유저에게 지역 범위를 조절하면 우측에 '자전거 15분'으로 이동수단과 예상시간을 알려준다. 당근마켓이 지향하는 바가 가까운 이웃 간의 거래인만큼 시간도 같이 표시하면 어느 거리까지 거래할 수 있을지 가늠하는데 도움되지 않을까.
번개마켓의 지역설정
채팅 텍스트 내용 분석
당근마켓의 강력한 기능이라고 생각한다. 이 기능을 처음 접하고 충격을 받았는데, 채팅에서 연락처, 입금 단어가 확인되면 중간에 유의사항 문구를 자동으로 전달하는 점이 가장 놀라웠다. 채팅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안내 메시지를 제공하면 초기 사용자가 매뉴얼을 보지 않아도 거래 시 유의사항을 단번에 이해할 수 있다.
텍스트가 인식되면 밑줄이 그어지며, 유저에게만 유의사항을 보여준다
중고거래를 하려면 주소와 전화번호를 알려야 하는데 개인정보를 상대에게 알려주는 것이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당근마켓은 개인정보가 거래된다고 판단되면 유의사항 메시지를 거래 당사자에게만 안내해서 사기 등의 피해를 사전에 방지하도록 한다.
특정 일자를 언급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일정이 생성되는 점도 신선했다. 가령 '내일'이라는 단어가 언급되면 해당 일자가 일정 알림에 생성된다. 아직까진 시간 부분에선 몇 시 정도만 인식되는 점이 아쉽지만 유저가 일일이 일정을 입력하지 않아도 일자부터 시간까지 미리 세팅해두기 때문에 편리하게 일정알림을 생성할 수 있다.
키워드 알림
중고거래 특성상 판매자가 관심 있는 제품을 언제 내놓을지 알 수 없어 앱을 들락날락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당근마켓은 키워드 알림 기능으로 이런 불편점을 해결했다. 홈화면 우측 상단에 종모양을 누르면 '알림' 페이지로 넘어간다. 키워드를 따로 등록하지 않았다면 '키워드 등록하기' 문구가 보인다. 키워드 등록은 '나의 당근'에도 있지만 유저가 알림 기능을 사용하려 했을 때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키워드 등록' 페이지 이동 버튼을 제공하고 있다. 최대 30가지 등록이 가능하며 등록한 시점부터 관련 키워드가 포함된 게시글이 올라오면 알림을 준다.
키워드 알림 설정
매너온도
모르는 사람과 금전 거래를 하면 아무래도 불안한 건 사실이다. 당근마켓은 이런 불안을 해소하고 서로 간 신뢰할 수 있는 여러 장치를 제공하고 있다. 유저의 눈에 보이는 부분은 프로필이다. 그중 하나는 '매너온도'인데, 처음 당근마켓을 시작한 유저는 모두 36.5도가 디폴트로 설정된다. 왜 첫 온도를 36.5도로 잡았을까. 이유는 단순하다. 일반적으로 성인의 정상체온이 36.5도로 알려져 있다. 당근마켓은 '매너온도'를 처음 고안했을 때 사람의 체온을 고려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사소한 부분에서 인간미가 느끼게 하는 점은 다른 서비스에서도 참고할만하다.
프로필 내 매너온도와 매너 평가
감사인사
거래가 끝나면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 서로에게 매너 평가를 하게 된다. 매너 평가는 항목을 선택하는 식으로 제공해 쉽게 평가를 남길 수 있다. 이런 평가 방식은 항목별로 몇 명에게 받았는지도 알 수 있어 상대방이 어떤 매너를 갖췄는지 짐작할 수 있다. 실제 거래는 앱 내가 아닌 외부 장소에서 진행하기 때문에 좋게 거래를 끝낼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한 것이라 생각한다.
매너 평가는 좋은 점과 불편한 점 모두 남길 수 있는데, 불편한 점은 프로필에 공개하지 않고 당사자만 볼 수 있게 했다. 부정적인 리뷰로 기분이 상해 더 이상 이용하지 않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매너 칭찬을 남긴다'는 것은 거래를 끝나고 나서도 기분을 좋게 만든다. 다음번 거래에서도 긍정적인 경험을 할 것이라는 기대를 줌으로써 유저가 지속적으로 거래를 하도록 유도한다.
매너 칭찬 남기기
위에선 구매자와 판매자 모두에 해당하는 사용경험이라면 이다음 네 가지는 판매자에게 좋은 사용경험을 주는 것들이다.
자주 쓰는 문구 추가
중고거래를 해보면 주로 쓰는 문구가 있다. 가령 '직거래 원합니다', '택배로만 거래 원해요.', '환불은 불가입니다' 등이 있다. 당근마켓은 자주 쓰는 문구 추가 기능을 제공해 게시글마다 동일한 문구를 편리하게 자동으로 입력 가능하게 했다. 디폴트로 제공하는 문구가 있지만 수정 및 삭제도 가능해서 주로 사용하는 문구들만 따로 관리하기 편리하다.
중고거래 글쓰기 플로우
게시글 노출 범위 변경
유저가 보는 게시글 범위와 판매 시 노출할 게시글 범위를 구분해 놨다. 유저가 구매할 때 보고 싶은 동네 범위와 판매할 때 노출되기 원하는 동네 범위가 상이하기 때문에 구분한 것으로 보인다.
거래상태 변경
게시물을 올리자마자 반응이 빨리 오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이건 내 얘기다. 쌀 10kg을 판매 가격에 절반으로 올리니 한 번에 4명에게 연락이 와서 진땀이 났던 기억이 난다..) 이렇게 실시간으로 거래를 하다 보면 현재 거래 상황을 다른 유저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 당근 마켓은 게시물 페이지 내에서 드롭다운 메뉴를 통해 거래상태를 실시간으로 바꾸는 기능을 제공한다. 드롭다운 메뉴에는 판매중, 예약중, 거래완료 세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판매중의 경우 디폴트 설정이므로 게시물에는 상태가 보이지 않는다. 예약중과 거래완료를 선택하면 가격 왼편에 상태를 표시하여 다른 유저가 현재 거래를 진행하는지 혹은 이미 거래가 끝났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판매자는 거래 와중에 추가 거래자가 유입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해 피로도를 낮출 수 있으며, 구입자는 게시물의 거래상태 확인해 이미 거래가 성사된 제품에 거래 일정을 묻는 낭패 보지 않게 해 준다.
게시글 판매상태 변경
끌올하기
동네마다 다르지만 새 게시물이 올라오는 속도가 빠른 곳에서는 게시물을 작성한 후 얼마 지나지 않으면 아래로 내려가 묻힌다. 판매도 안됐는데 게시물을 다시 작성하기도 번거롭다. 당근마켓은 이미 작성한 게시물을 '끌올' 기능으로 다시 상단에 노출될 수 있게 해 놨다. 이 경우 새로 올린 게시물과 구분하도록 게시물 업로드 시간에 '끌올'이 붙는다. 다만 끌올 기능을 너무 자주 해서 다른 게시물이 묻히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게시물당 최대 15회까지, 하루에 최대 5개 게시물만 끌올 기능을 사용하도록 제한했다.
게시글에 끌올을 언제 했는지 노출된다
게시글 지역 변경
게시글을 올린 뒤 이사를 가는 등의 이유로 지역을 변경할 때가 있다. 이럴 때 일일이 게시물을 수정할 필요 없이 모든 게시물을 해당 지역으로 옮길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이런 경우는 자주 있는 일이 아니라고 판단했는지 지역 변경 페이지까지 가는 depth가 깊다.
게시글 동네 변경하기
2) 어떤 점이 나쁜 사용경험을 주는가
판매 경험에서 주로 아쉬운 점이 있었다. 그중 '지불과정'과 '게시글 노출' 두 가지가 나쁜 사용경험을 준다고 보았으며, 세부적인 사항으로 다음과 같다.
판매자 핵심 활동
지불방법
당근마켓의 QnA에 따르면 지불방법은 거래 당사자끼리 조율하면 된다고 안내하고 있다. 다만 초심자가 처음 거래를 할 때 어떻게 돈을 지불할 것인가에 고민할 수 있다. 가령 선입금 후 거래를 할 것인가, 거래를 한 다음 돈을 지불할 것인가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런 혼란을 줄이기 위해 게시글에 선호하는 지불방식도 표시해보는 것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게시글 설명
당근마켓의 글쓰기에는 제목, 카테고리, 가격, 가격 제안받기 등에 대해서만 필수로 입력하며, 그 외 정보는 유저가 자유롭게 작성하도록 돼 있다. 유저의 성향에 따라 제공하는 정보가 제각각이어서 채팅으로 추가 정보를 문의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거래지역과 거래 방식을 언급한 게시물(왼쪽)과 제품 색상만 설명한 게시글(오른쪽)
중고나라와 비교했을 때, 중고나라는 상품 등록 시 판매가격에 배송비 포함 여부, 결제방법, 거래 희망 지역, 상품 상태 등 요구하는 정보가 더 많다. 중고 물품 거래 시 유저가 확인하는 정보를 미리 정해두어 판매자와 구매자 간 정보 비대칭성을 해소할 수 있다.
게시글 작성 UI 비교(당근마켓 VS 중고나라)
중고나라의 상품 등록 페이지를 참고해 당근마켓의 글쓰기 페이지를 개선했을 때 UI는 아래와 같다. 상품 상태, 결제 방법, 거래 방식, 거래 지역으로 세분화하고 제시된 항목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다. 선택한 항목은 게시글에 표시된다.
중고거래 글쓰기 UI 개선안
가격입력방식
당근마켓에서 중고거래 글쓰기의 디폴트는 '판매'에 초점을 두고 있다. 구매자가 글 쓰는 경우 카테고리에서 '삽니다'로 설정하면 된다. 구매자는 구체적인 가격을 생각하기보다는, 시중 가격보다 저렴하게 구입하고 싶을 수 있다. 이 경우 가격을 어떻게 입력해야 할지 혼란이 온다.
가격 입력란에는 '가격 (선택사항)'만 적혀 있어 일단 물건이 있는지 확인하고 구매를 결정하고자 하는 경우 어떻게 설정해야는지 알기 어렵다. 그래서 아래처럼 한 유저는 (가격입력이 필수라고 생각할 경우) 최소 입력단위인 1원을 기재하고 게시물에 원하는 가격을 적는 기이한 상황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당근마켓의 QnA를 살펴보면 가격을 입력하지 않으면 '무료 나눔'으로 바뀐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화면에서 '가격 (선택사항)'만 봤을 때 '무료 나눔'으로 바뀐다는 걸 인지하기 어렵다. 가격 입력란 근처에 도움말 텍스트('가격을 입력하지 않으면 게시글에 무료 나눔으로 보여요')를 넣거나, 처음 글쓰기를 할 때 하단에 '작성 가이드'로 이동버튼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격 텍스트 설명을 잘못 이해한 예
이건 어때요? 추천기능
관심 있는 품목의 게시물을 보다 보면 해당 페이지에서 유사한 다른 게시글로 이동하고 싶다. 당근마켓은 게시글 하단에 유저에게 추천 게시물을 제공하고 있다. 아쉬운 점은 당근마켓에서 추천한 게시글이 관심 있는 품목과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이동식 행거에 관심이 있는 유저는 'oo님, 이건 어때요?'라는 텍스트를 읽었을 때 이동식 행거와 관련된 게시글을 기대한다. 하지만 아래처럼 자켓, 모니터, 마스크 등 엉뚱한 게시글을 보고 실망하게 된다.
'이건 어때요?'의 추천방식은 해당 게시글을 본 유저들이 같이 본 다른 게시물들을 추천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다만 함께 본 게시물을 단순히 보여주기보다는 해당 게시물의 카테고리와 일치하는 게시물만 보여주는 방식이 좋지 않을까 한다.
이동식 행거를 보고 있는 유저에게 전혀 다른 카테고리의 게시글을 보여준다
홈화면 필터 기능
홈화면에선 필터 기능이 '관심 카테고리 설정'만 제공하고 있다. 가격순이나 좋아요 순과 같이 정렬 기능은 제공하지 않는다. 당근마켓이 '중고거래'에 초점을 두기보다 '커뮤니티'에 신경을 쓰는 만큼 일부러 이런 기능을 제외한 것으로 보인다. 홈화면은 말 그대로 내 이웃이 뭘 중고로 내놨는지 보는 커뮤니티의 역할이지 않나. 반면 원하는 제품을 검색할 경우 유저가 중고거래를 목적으로 이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검색 결과 페이지에선 정렬 기능은 물론 가격 범위를 설정하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홈화면에선 관심카테고리만 설정할 수 있다
검색 결과 페이지에선 검색 필터 기능을 제공한다
동네업체 정보
당근마켓의 주요 수입원이 '지역광고 수수료'이지만 동네업체 정보 페이지에선 많은 아쉬움이 있다. 하나는 지역업체 소개에 업체가 아닌 개인도 등록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업체용 프로필은 개인용 프로필과 달리 더 많은 기능이 추가된다. 오른쪽 이미지에 보다시피 전화, 문의하기는 물론 가격과 위치 등이 표시된다. 업체의 상세정보와 문의채널은 유저가 업체를 이용함에 있어 중요한 요소이다. 지역업체 소개는 개인도 등록이 가능하다보니 같은 업종이라도 어떤 곳은 업체용 프로필과 함께 상세한 정보를 제공하는 반면, 어떤 곳은 지역업체 소개 게시글에 '전화'만 달랑 제공하는 곳이 있었다.
왼쪽과 중간 이미지는 지역업체 소개 게시글, 오른쪽 이미지는 업체용 프로필
다른 하나는 지역업체 소개 페이지의 용도가 모호하다는 점이다. 업체용 프로필에 이미 상세한 내용이 적혀있음에도, 지역업체 소개에 같은 내용을 텍스트로 길게 적는 경우가 자주 보였다. 이는 동네업체 정보의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정 동네업체 정보로 이동하기까지 3개의 페이지를 거쳐야 한다. 반면 지역업체는 2개 페이지만 거치면 된다. 더군다나 동네업체 정보의 검색결과는 이미지와 '좋아요', '댓글' 위치만 바뀌어 있을 뿐 어떤 것이 업체 정보인지 게시글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동네업체 정보 depth
지역업체 소개 depth
접근성이 떨어지고 게시글과 크게 차이나지 않다보니 지역업체 소개에서도 프로필 정보를 고대로 복사해서 넣는 상황이 나타난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동네업체 정보를 게시글과 차별화되게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가령, 고시원, 쉐어하우스, 원룸 등의 검색 서비스인 고방은 메인화면에 이미지와 하단에 간략한 텍스트 문구로 업체를 홍보하고 있다.
여성 쇼핑몰 지그재그는 원형 이미지와 업체명 그리고 카테고리로 쇼핑몰을 홍보하고 있다. 두 서비스 모두 게시글과 업체 정보를 다른 UI로 구분하고 있어 유저가 '업체 정보'인지 '게시물'인지를 쉽게 인지할 수 있다. 동네업체 정보 페이지도 개별 업체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UI를 제공하는 것은 어떨까 생각한다.
고방의 업체 홍보 UI(좌), 지그재그의 쇼핑몰 홍보 UI(우)
3. 앱 디자인시스템과 인터랙션
1) UI 디자인
컬러
당근마켓은 서비스명에 연상되는 '당근'의 주황색을 메인컬러로 두고 있다. 앱 전체적으로 주황색, 진회색, 연회색이 주로 사용되며, 그 외 특정 정보(후기, 지도, 더보기 등)를 표시할 때 초록색과 청록색을 사용하고 있다.
정보의 중요도는 폰트 크기와 굵기 그리고 색상에 따라 달라진다. 가장 중요한 정보이자 액션을 유도하는 정보는 주황색을 사용하고 있으며, 대분류나 가격과 같이 유저가 관심 있는 정보는 굵은 폰트를 이용하고 있다. 또한 중요도가 상대적으로 낮거나 설명 텍스트는 연회색으로 처리해 정보의 계층구조를 일관성 있게 유지하고 있다.
컬러, 폰트 크기, 폰트 굵기로 계층구조를 일관성 있게 했다
매너온도는 6단계의 컬러와 아이콘으로 구분했는데, 매너온도가 높을수록 '메인컬러'에 가까워지는 점이 눈에 띈다. 서비스의 정체성 즉 이웃 간의 따뜻한 나눔을 지향할수록 당근마켓의 메인컬러를 부여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 반대의 컬러(차가운 색)을 부여하는 것이다.
매너온도의 6단계
활동알림에는 3가지 색상의 아이콘으로 알림을 구분하고 있다.(현시점에 확인한 알림 기준입니다. 추가 아이콘이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아이콘은 텍스트 왼쪽에 배치해서 내용을 읽기 전에 어떤 정보인지 짐작할 수 있게 했다.
활동알림에 사용되는 아이콘
아이콘만 봐도 어떤 정보인지 알 수 있다
문구
당근마켓에서는 사용자 친화적인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 딱딱한 어투보다는 부드러운 어투(~요)를 사용하며, 짧은 문구보다는 풀어서 말한다. 부드러운 어투와 쉬운 언어를 통해 유저는 설명을 이해하기 쉽고 친근감을 느끼게 된다.
부드러운 문구를 일관되게 사용하고 있다
2) 인터랙션
신고하기
게시글이 맞지 않거나 판매품목에 문제 소지가 있을 때 유저가 해당 게시글에 피드백을 바로 남길 수 있는 문항을 제공하고 있다. 게시글의 텍스트 내용을 자동으로 검사해 피드백 문항 노출 여부를 결정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실시간 피드백을 통해 사기거래나 규정에 맞지 않는 게시물을 빠르게 걸러낼 수 있다.
토스트 팝업
당근마켓에선 게시글이나 아이콘을 누를 경우 회색처리가 되어 '눌렀다'는 피드백을 하는데, '좋아요'의 경우 하단에 토스트 팝업으로 피드백을 하고 있다. '좋아요'한 게시글을 관심목록에 등록되지만 게시글 상에선 바로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토스트 팝업을 둔 것으로 보인다. 또한 관심목록에서 '좋아요' 아이콘을 누르면 바로 삭제되지 않는다. 유저가 혼란을 겪지 않도록 '관심목록에서 해제되었다'는 토스트 팝업과 함께 '좋아요' 하트 색도 비워지게 했다.
'관심목록' 토스트 팝업
4. 앱의 시장 위치와 경쟁자
1) 서비스의 마켓 포지션
당근마켓의 이용정책에선 당근마켓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두 가지로 명시하고 있다. 첫째는 '지역 커뮤니티 서비스'이다. 사용자의 현재 위치를 기준으로 특정 지역 커뮤니티에 가입자격을 부여하고, 다른 이용자와 해당 지역과 관련된 게시물을 작성할 수 있다. 둘째는 '정보제공 서비스'이다. 사용자의 현재 위치에 따른 생활 정보나 광고성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두 가지에서 '중고거래'라는 단어를 찾을 수 없다. 이는 당근마켓이 지향하는 바는 '중고거래'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중고거래를 기반으로 유저 간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당근마켓의 지역광고 안내에 따르면 주 이용자층은 25~44세 동네주민으로 지역상권의 핵심 고객층이라 설명하고 있다. 또한 평균 한 달에 25번 앱을 방문하고 있어 재방문율이 높은 커뮤니티 서비스의 특성을 반영하고 있다. 따라서 당근마켓은 25~44세 지역상권 고객층을 타깃으로 하는 커뮤니티형 중고거래 서비스라고 볼 수 있다.
2) 해당 마켓의 경쟁자들
타 경쟁사의 서비스와 비교해보면 이 차이는 명확히 드러난다. 번개마켓과 헬로마켓 그리고 최근에 홈화면 UI가 개편된 중고나라의 홈화면을 살펴보면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판매'에 초점을 뒀다는 점이다.
당근마켓은 하단 내비게이션 바가 모두 동일한 계층구조를 이루며, '글쓰기'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 반면 번개마켓, 중고나라, 헬로마켓은 모두 '판매'에 메인컬러를 입혀 강조하고 있다. 특히 중고나라는 유저를 '셀러'로 지칭함으로써 1인 마켓 서비스라는 것을 강조한다. 당근마켓은 '이웃 간의 거래'에 초점을, 타 경쟁사는 '판매'에 초점을 둔다는 점에서 지역 커뮤니티로서 당근마켓의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다.
당근마켓과 경쟁사의 홈화면 UI
닐슨이 발표한 중고거래 애플리케이션 이용현황에 따르면, '당근마켓'의 이용자수는 2019년 3월 기준 중고거래 앱에서 1위를 차지했다. 1인당 월평균 이용시간(분)은 타 중고거래 앱 대비 2.7~9.2배의 차이를 보인다. 유저들은 당근마켓을 '물건을 판매하는 활동' 외에도 SNS 피드를 보듯 동네 근처에 요즘 뭐가 올라오는지 구경하는 활동도 보인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
출처: http://bitly.kr/42dZxTWw
3) 서비스의 확장 가능성
당근마켓의 김용현 공동대표와 김재현 공동대표의 한국경제 인터뷰 기사에 따르면, 당근마켓은 동네 이웃 간의 연결을 도와 따뜻하고 활발한 교류가 있는 지역 사회를 비전으로 두고 있다. 즉 지역 내에서 발생하는 모든 생활정보(중고거래를 포함)들이 모이고 이 정보들을 따뜻한 문화 안에서 교류하는 사회를 의미한다.
향후 지역 기반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보이는데, 두 대표는 쿠킹 클래스나 주말농장과 같이 지역 사람들과의 커뮤니티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점차 개인화되는 삶이 도래되고 언택트 사회로 진입하는 과도기에 '사람과 사람 간의 연결'을 지향하는 서비스는 그 자체로 희귀하고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나올 생활 서비스를 통해 동네 커뮤니티 문화가 부활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