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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좋아하는 것들

by rainonme




우리 엄마는 크림파스타를 좋아한다. 디저트로는 달콤한 마카롱을 좋아하고 목이 마를 땐 상큼 씁쓸한 자몽에이드를 마시는 것을 좋아한다. 예전에는 몰랐던 사실들이다. 사실 엄마 자신도 몰랐을 것이다. 엄마의 세계는 늘 우리가 중심이었다. 젊은 시절의 엄마는 돈을 벌며 우리를 키우느라 바빴고 무언가 새로운 것을 누리는 것은 늘 우리 자식들 몫이었다.


내가 직장인이 되어 제일 먼저 한 일은 그런 엄마를 밖으로 데리고 나가는 것이었다. "요즘은 사람들이 이렇게 브런치로 간단하게 아침, 점심을 해결한대." 동네의 유명 브런치 카페에서 파스타와 샐러드를 시켜먹으며 엄마에게 말했다. 주말 오전 이른 시간에도 꽉 찬 카페 내부를 둘러보며 엄마는 "요즘 사람들은 이렇게 여유롭게 사는구나."라고 중얼거렸다. 메뉴판의 가격을 보며 엄마의 눈은 휘둥그레 해졌지만 아주 가끔 그렇게 즐기는 브런치를 싫어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아빠와 처음 같이 본 영화는 <매드맥스>였다. 아빠는 원래 영화를 좋아했다. 우리가 아주 어렸을 때만 해도 가끔씩 혼자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보고 오곤 했다고 엄마가 살짝 귀띔해주었다. 그런데 영화관이 점차 신식으로 바뀌면서 발길을 끊었다고 했다. 그날은 원래 동생과 둘이서 영화를 보려고 했었다. 조조로 볼 생각이었던지라 아침부터 허둥지둥 준비를 하는 우리를 보며 아빠는 어디 가냐 물었고 나는 영화를 보러 간다고 대답했다. 덤덤하게 재밌게 보고 오라는 아빠의 말을 듣자마자 충동적으로 "아빠도 같이 가는 거니까 빨리 준비해."라고 말했다. 아빠는 황당한 듯 껄껄 웃으면서도 누구보다 빨리 준비를 마치고 현관 앞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몇 년 전, 동생이 좋은 숙소를 우연히 잡았다고 해 급하게 가족여행을 가게 된 적이 있었다. 한겨울에 아무 계획 없이 숙소만 잡고 떠난 지라 딱히 갈 데가 없었고, 어쩔 수 없이(?) 근처의 놀이공원을 가게 되었다. 사실 엄마, 아빠는 환갑이 가까운 나이에 우리는 모두 성인이라 이런 가족 구성으로 놀이공원을 간다는 것에 대해 가족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다. 그래도 이왕 돈 내고 들어온 거 본전이나 뽑아내고 가자는 생각에 엄마, 아빠 손을 이끌고 닥치는 대로 놀이기구를 탔다. 근데 의외로 엄마, 아빠가 너무 재미있어하는 것이 아닌가. 우리가 어렸을 때 놀이공원에 가긴 했었지만 그때 엄마, 아빠는 밑에서 우리 사진을 찍어준다고 기다리기만 했지, 이렇게 직접 타보기는 처음이라고 했다. 아빠는 제일 재밌었던 코스로 눈썰매를 꼽았다. 이게 있는 줄 알았다면 제일 먼저 와서 하루 종일 탔을 텐데 하고 아쉬워했다.


엄마, 아빠가 좋아하는 것들을 더 찾아내고 싶다. 항상 우리가 좋아하는 것들만 생각하다가 놓치고 지나가버린 것들을 다시 찾아주고 싶다. 마카롱을 먹으며 "엄마는 이렇게 맛있는 게 세상에 있는 줄 여태까지 모르고 살았어."라는 엄마의 말을 들으면서, 가족끼리 <보헤미안 랩소디>를 본 후 아직까지도 프레디 머큐리를 따라 하는 아빠를 보며 다음 가족 여행지로 어디가 좋을지 행복한 고민을 하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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