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일기
2004년 7월 16일
휴.... 이제 엄마로서의 하루가 마감되었다. 일단 오늘 공식 행사는 끝! 랄라는 드디어 꿈나라로 떠났다. 우리 랄라에게 가끔 신기한 일이 일어나는데, 그건 바로 새벽 2-3시쯤 갑자기 벌떡 일어나 앉아서 "아빠!" 또는 "엄마!" 하고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외치는 거다. 처음에는 스톰도 나도 잠꼬대려니 생각하고 그냥 은근슬쩍 넘어가려 했었다가 오히려 사태가 더 심각해져서 혼쭐났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이런 황당한 사건이 일어나는 날은 말 그대로 '아닌 밤중에 홍두깨' 그 자체다. 다른 아기들도 이런 일이 종종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과히 좋은 습관은 아니다. 특히 랄라는 꼭 자기가 지명한 사람만을 고집하기 때문에 무슨 수가 있어도 그 사람은 일어나야 하는 애로사항이 있다. 매일 밤 우리 부부는 기도한다. "제발 오늘 밤은 나를 부르지 않기를…” 왜냐면 랄라에게 이름이 불리면 그날 새벽잠은 다 잔 거니까.
이런 일이 몇 차례 있고 난 뒤, 우리도 나름대로 비상사태에 대비해 몇 가지 테크닉을 개발했다. 하나는 랄라를 유모차에 태우고 늘 잠잘 때 듣는 음악을 틀어놓은 상태에서 부드럽게 밀어주는 거고. 또 하나는 랄라를 우리 침대로 데려와서 가운데에 누인 후, 가슴을 토닥토닥해주면서 '자장자장'을 반복하는 거다.
그런데 최악의 시나리오는 우리의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랄라가 또 한 번 벌떡 일어나 앉아 더 크게 "아빠!" 또는 "엄마!" 하고 지명하는 경우다. 이럴 경우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끝까지 재워 보려고 애쓰는데 (물론 대부분 허사로 끝나지만) 스톰은 이쯤 되면 다시 재우는 거에 깨끗이 미련을 버린다. 그러고는 자신이 개발한 새로운 테크닉으로 랄라를 달랜다. 이 기술은 일명 '이리 갈까 저리 갈까'이다.
이 방편을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스톰이 랄라를 안고서 온 집안을 걸어 다니며 하염없이 물어보는 거다. "랄라야, 이리 갈까? 저리 갈까?" 그러면 랄라가 손가락으로 방향을 가리킨다. 부엌으로 가고 싶다거나, 화장실로 가고 싶다거나, 왼쪽 오른쪽 자기가 가고 싶은 방향을 가리킨다. 이건 어마어마한 인내력과 팔의 힘이 필요한 기술이어서 나의 체력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 하지만 끈질기게 포기하지 않는 스톰은 이 방법으로 아주 좋은 효과를 보고 있다. 아마도 '이리 갈까 저리 갈까'의 주된 목적은 랄라를 데리고 빙빙 같은 곳을 돌아서 어지럽게 만든 후 재우려는 거에 있지 않나 하고 생각해 본다. 대부분의 경우 이렇게 몇 번의 집안 순찰이 끝나면, 랄라는 순순히 유모차에 들어가서 다시 잠들곤 했으니까.
랄라를 사랑하지만 이런 해프닝은 일 년에 한 번 정도만 있었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나도 한 번쯤은 기꺼이 스톰의 '이리 갈까 저리 갈까' 방편을 사용해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