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 Kahlo

프리다 칼로

by Rainsonata

나에게는 무언가에 미칠 수 있는 열정이 늘 꿈틀거리며 살아있다. 어려서부터 그랬다. 만약 포도 맛에 빠지면 몸에서 포도 냄새가 날 때까지 하루고 열흘이고 포도만 먹는다. 음악도 마찬가지여서 어느 한 곡에 미치면 아침에 눈 떠서 밤에 잠들 때까지 그 한 곡만 듣는다. 마치 그것이 세상에 존재하는 단 하나의 음악인 양 난 온전히 그 곡만을 사랑하고 또 사랑한다.


소녀에서 숙녀로, 숙녀에서 아내로, 아내에서 엄마로 나이를 먹어가면서 가치관도 변하고 주위 환경도 바뀌었지만, 내 마음을 흔든 인물에 대한 탐구, 그들의 인생이 담긴 작품세계와 역사의 기록, 또는 철학이나 학문적 이론에 있어 몇 달이고 몇 년이고 내가 납득할 때까지 공부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성격은 지금도 항상 그 자리에 꼿꼿이 서 있다. 그리고 난 나의 이런 면을 정말 사랑한다.


여름의 정점에서 빛을 발하는 태양의 강렬함, 순간 모든 것을 잊게 하는 깊은 전율, 그녀는 그렇게 나에게 왔다. 파블로 네루다의 '詩'를 읽을 때마다 프리다 칼로를 처음 만났던 그날을 추억한다.



<詩>


그러니까 그 나이였을 때...... 시가


나를 찾아왔다. 모른다. 난 그게 어디서 왔는지,


그게 겨울이었는지 강에서인지.


언제 어떻게인지 나는 모른다.


아니다. 그건 누가 말해 준 것도 아니고 책으로


읽은 것도 아니며 침묵도 아니다.




내가 헤매고 다니던 길거리에서,


밤의 한 자락에서,


뜻하지 않은 타인에게서,


활활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


혼자 돌아오는 고독한 귀로에서


그곳에서 얼굴 없이 있는


나의 가슴을 움직였다.




나는 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다. 내 입은


이름들을 도무지


대지 못했고,


눈은 멀었으며,


내 영혼 속에서 뭔가 시작되고 있었다.


熱(열)이나 잃어버린 날개,


또한 내 나름대로 해보았다.


그 불을


해독하며,


나는 어렴풋한 첫 줄을 썼지.


어렴풋한, 뭔지 모를, 순진한


난센스,


아무것도 모르는 어떤 사람의


순수한 지혜,


그리고 문득 나는 보았다.


풀리고


열린


하늘을,


유성들을,


고동치는 논밭,


구멍 뚫린 그림자,


화살과 불과 꽃들로


들쑤셔진 그림자,


구부러진 밤, 우주를.




그리고 나, 이 微小(미소)한 존재는


그 큰 별들 총총한


허공에 취해,


나 자신이 그 심연의


일부임을 느꼈고,


별들과 더불어 굴렀으며,


내 심장은 바람에 풀렸지.



이 시의 표현처럼 그녀가 나를 찾아왔다. 첫 만남에서는 품에 안을 수 없을 만큼 뜨거운 강렬함으로 다가온 프리다 칼로. 난 그녀의 천재성과 인생을 공부하고, 그녀의 아픔이 녹아있는 작품을 감상하면서 나이를 먹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갔다. 그리고 그녀의 가슴에 살을 에는 듯한 찬 바람이 불고 있었음을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 깨달았다.


오늘 랄라와 함께 Frida Kahlo & Diego Rivera의 전시회에 다녀왔다. 열 살 난 랄라는 큐레이터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며 한 점 한 점 그들의 작품을 유심히 관람했지만, 나는 대중들과 거리를 두고 저만치 떨어져 몽유병 환자처럼 흐느적거리며 전시회장을 걸어 다녔다. 가까이서 만나게 되는 그녀의 작품세계는 아프고 또 아프다.


3월의 첫 주말. 창밖에는 곧 눈발이라도 날릴 듯 매서운 바람이 몰아치고 있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소녀의 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