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흥 어흥

육아일기

by Rainsonata

2004년 8월 11일


어제 오후 토론토는 갑자기 장대비가 쏟아지더니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내렸다. 바람도 얼마나 거세게 부는지 정원의 나무들이 비틀거렸고, 살짝 열어놓았던 베란다 문을 통해 바람을 타고 빗물이 들어와 마루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랄라는 마룻바닥에 떨어진 빗방울과 하늘에서 후드득 떨어지는 빗줄기를 번갈아 가리키면서 "비!" "비!" 하고 외치면서 좋아했다. 나는 일단 들이치는 비를 막기 위해 창을 닫았고, 그러자 곧 하늘에서 천둥이 우르르 꽝꽝하고 내리치기 시작했다. 하늘은 온통 검푸른 멍이 들었고, 나는 어린아이들은 천둥 번개를 몹시 무서워한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있어서 급히 랄라를 내쪽으로 끌어안았다.

그 순간 다시 한번 천둥이 하늘을 뒤흔들었다. 우리 랄라의 얼굴을 살펴보니 무서움은 온데간데없고 호기심으로 가득 찬 눈이 반짝거리고 있었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내 팔을 밀쳐내고 창가로 가서 넓은 창문을 잡고 서서는 하늘을 한번 보고 나를 한번 보면서 이렇게 외쳤다.

"엄마! 어흥 어흥!"

랄라가 작은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고 있었다.

"랄라야, 하늘이 '어흥 어흥' 했어?"

하고 물었더니

"예쓰"

하고 야무지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수 차례 천둥이 칠 때마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어흥! 어흥!" 소리치면서 하늘을 유심히 살폈다.

랄라를 키우면서 정말 너무너무 이뻐서 영원히 내 품에 안고 있고 싶어 질 때도 있고, 오늘처럼 아이의 눈과 마음을 통해 나도 함께 신비한 체험을 하기도 한다. 오후 한때 하늘을 쩌렁쩌렁 울리던 천둥소리를 들으며 씩씩하게 "어흥 어흥!"을 외치던 랄라의 모습은 영원히 나의 추억상자에 저장될 것이다. 그리고 훗날 숙녀로 성장한 랄라가 떠난 집에서 나 혼자 천둥소리를 듣게 된다면, 이 날의 소중한 추억을 떠올리며 잔잔한 미소를 머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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