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찾겠다 크레용- 크레용-

육아일기

by Rainsonata

2004년 8월 27일


약 두 달 전부터 랄라가 그림 그리기에 부쩍 많은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집에 있는 색연필과 스케치북을 주면 줄 긋기를 하며 이건 아빠라고 하고 이건 엄마라고 하면서, 내게도 색연필을 하나 손에 쥐어주고는 엄마도 그려보라고 재촉하는 일이 자주 생겼다. 그러더니 소파, 벽, 유리창, 장난감, 책, 목마 등 그릴 수 있는 면이 있는 모든 물건에는 온통 색연필로 칠하는 것이 하루 일과가 되었고, 나는 랄라에게 그림은 종이에만 그리는 것이라고 이해시키느냐, 랄라가 낮잠 자는 시간에는 오전에 버려놓은 물건들을 원상 복귀시키느냐 바쁘게 시간이 흘렀다.


그러기를 몇 주간, 결국 나는 스톰과 둘이 상의해서 랄라가 앉아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어린이용 이젤을 하나 구입해주기로 결정했다. 집에 이젤이 생기고 나서부터는 랄라가 다른 물건에 그림 장난을 치는 일이 현저히 줄었고, 간혹 랄라의 장난기가 발동하더라도 내가 커다란 이젤을 가리키며, 랄라가 그림 그리는 곳은 여기라고 말해줄 수 있어서 랄라의 이해를 돕는데도 한 몫했다.


내 기억에 의하면 분명히 이젤을 사주면서 크레욜라 크레용 24색 한 통을 랄라에게 주었는데, 열흘 전부터 도무지 크레용이 어디 갔는지 24개 중에서 대여섯 개만 뒹굴고 있고 나머지는 눈에 띄지 않았다. 시간이 날 때마다 혼자서 장난감 체스트를 홀딱 엎어놓고 몇 번씩 살펴보았고, 혹시나 해서 스톰과 함께 랄라가 잠든 뒤 집안을 샅샅이 뒤져서 크레용이 있을 만한 곳을 찾아보기도 했다. 그리고 오후에 마루 바닥을 걸레질할 때마다 잊지 않고 구석구석 들춰보았는데도 역시 크레용은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오늘 밤.


우리는 찾았다. 잃어버린 수많은 크레용을. 어디에 있었을까요?


저녁 식사 후, 오랜만에 스톰이 콘서트를 갖겠다며 기타를 드는 순간, 기타 통 속에서 두둥두둥 소리를 내며 구르는 크레용들을 발견한 것이다. 튀김용 젓가락을 가지고 와서 하나씩 하나씩 랄라가 숨겨놓은 크레용을 끄집어내는 동안, 랄라가 우리 몰래 이 많은 크레용을 어쩌면 이렇게 감쪽같이 기타 통에 넣어두었을까 하는 생각에 자꾸 웃음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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