랄라는 열아홉 살

딸에게 보내는 편지

by Rainsonata

사랑하는 랄라에게,


우리 랄라의 열아홉 번째 생일을 축하한다. 엄마 아빠의 품을 떠나 캠퍼스에서 자취를 시작한 대학생 랄라는 어떤 기분으로 생일을 맞이할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대학 입학 후, COVID-19 안전수칙에 따라 모든 수업이 온라인으로 전환되면서 무려 일 년을 집에서 랄라와 함께 보낼 수 있었기에, 엄마 아빠는 선물처럼 주어진 시간이라며 몹시 행복해했단다. 덕분에 랄라를 품에서 떠나보내는 준비를 충분히 할 수 있었고, 랄라는 좀 더 여유 있게 다가올 앞날을 계획할 수 있었지. 올해 열아홉 살, 어엿한 성인이 된 랄라의 생일을 맞아 엄마는 너의 아름다운 내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졌단다.


랄라야,


COVID-19 전염병이 온 세상을 뒤덮기 시작할 무렵이었으니까, 아마 작년 3월부터였을 거야. 넌 어느 날 갑자기 집에서 운동을 시작하더구나. 처음 몇 달 동안은 요가를 꾸준히 매일 했었지. 그리고 여름이 오자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하루는 실내에서 요가를 하고, 하루는 밖에서 정해놓은 거리만큼 걷기와 뛰기를 반복하며 너의 일과를 채워나가더구나. 그렇게 시작한 운동 습관이 차차 몸에 배는 것 같더니, 우리 가족이 작년 가을에 캘리포니아로 이주를 하고, 랄라가 올가을에 캠퍼스로 이사한 뒤에도 규칙적인 운동은 계속되었어. 엄마는 너의 이런 '꾸준함'을 진심으로 칭찬하고 싶단다. 사람은 눈이나 숫자로 그 성과를 가름할 수 있는 일을 해내는 것만 대단하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은데, 엄마는 너의 이런 꾸준함이야말로 정말 멋있고 대견하다고 생각한단다. 누가 운동 일정을 강요하거나 체크하는 것도 아닌데, 랄라는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 스스로 한 약속을 꾸준히 지키고 있는 거잖아. 랄라의 이런 태도가 좋은 바탕이 되어 일상의 리듬과 유연한 회복탄력성을 만들어 주리라 생각하니 마음이 든든해지는구나.


다음으로 우리 랄라가 지향하는 ‘지속 가능한 삶’에 대해 무한한 지지와 박수를 보내고 싶단다. 어릴 적부터 자연과 함께하는 시간을 즐기던 랄라이기에, 커서도 친환경적 생활양식을 추구하는 너의 가치관을 엄마는 충분히 이해하고 존중한단다. 특히 칭찬해 주고 싶은 점은 랄라가 그저 생각에만 머무르지 않고 실천을 통해 나눠준 선한 영향력이야. 김대중 대통령께서 생전에 자주 말씀하셨던 '행동하는 양심'도 랄라의 실천과 크게 다르지 않을 거야. 자연환경 보호, 약자의 권리 보장, 평등하고 조화로운 다문화 사회를 위해서라면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자신의 몫을 최대한 실천해보려는 너의 의지와 행동력에 엄마는 깊은 존경을 표한다. 그리고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이 우리 랄라와 함께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기를 소망하며, 엄마도 후대에 부끄럽지 않도록 ‘지속 가능한 삶’을 향한 꾸준한 실천을 멈추지 않을 것을 약속할게.


그럼 이제 랄라의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로 하자. 엄마가 매일 아침마다 읽는 책에 인상 깊은 구절이 있었는데 랄라의 생일을 맞아 편지에도 적어둘게. A wise man once said, “I have traveled all over the world looking for goodness. Day and night, I looked for it. One day, my inner voice said, ‘Goodness is within you.’ I listened to this voice and found complete happiness.” 우리 랄라가 지금까지 보여준 타인을 위한 배려, 자신을 향한 믿음, 동물 친구들과 나누는 공감, 자연을 향한 애정, 다름에 대한 존중, 따스한 가족애와 사회적 책임감은 랄라의 마음밭에 심어졌던 선(善)의 씨앗이 자라나면서 꽃이 피고 열매가 맺은 것이라고 엄마는 생각해. 랄라가 행복한 이유도 그 때문일 거야. 동시에 다른 사람의 마음에도 'Goodness'가 살고 있음을 잊지 말기 바란다.


랄라야,


얼마 전 아빠가 이런 이야기를 했어. “나는 아빠라는 이유로 아이가 지닌 본래의 고유함에 인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지 않았어. 그래서 랄라가 태어나던 순간, 내 머릿속에 든 첫 생각은 ‘이 순수한 생명체가 건강하게 자라서 자신의 가능성을 자연스럽게 꽃 피울 때까지 곁에서 잘 보호해야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의 ‘Ego’를 앞세우면 안 되겠구나. 그건 아이에게 독이 될 수도 있겠구나.’ 그렇기 때문에 랄라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려고 그동안 많이 노력했어.” 엄마는 아빠랑 21년을 같이 살았지만 올해 처음 이 이야기를 들었단다. 신기하지? 그런데 오랜 시간을 함께 했다고 해서 꼭 서로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건 아니란다. 그래서 우리는 관계가 무르익는다는 표현을 하는 걸 거야.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충분히 성숙되기 위해서는 인내와 믿음이 필요하다는 것도 랄라가 기억해주길 바란다.


랄라와 함께 한 19년이라는 세월 동안 우리 모두가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성장했음을 이렇게 편지를 쓰면서 다시금 느끼게 되는구나. 랄라야, 앞으로도 각자의 자리에서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도록 노력하자. 랄라의 십 대 마지막 생일인 오늘, 드넓은 바다가 펼쳐진 멋진 교정에서 좋은 친구들과 벗하며 환하게 웃고 있는 랄라는 이미 큰 축복을 받았다는 것을 잊지 마렴. 아름다운 랄라의 열아홉 번째 생일을 축하한다. 엄마는 랄라의 희망찬 홀로서기의 여정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있어!


랄라야 사랑해.


2021. 10. 30

빈 둥지의 엄마새

keyword
작가의 이전글안식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