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日是好日
새집으로 이사하고 이제 두 달째 들어간다. 코로나로 인한 여파로 공사 현장의 인력과 자재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총 네 번이나 입주가 연기되었고, 우리는 그동안 노매드의 삶을 살아야 했다. 어려운 시기에 보금자리를 옮기느냐 야옹이 엘리와 루피도 고생이 많았다. 새집의 완공이 계속 늦춰지면서 우리 가족은 여러 번 거처를 옮겨야 했고, 집에서 느긋하게 지내는 라이프스타일에 익숙한 야옹이들에게 떠돌이 생활은 다소 스트레스가 되었을 것이다. 그래도 다행히 시간과 함께 모든 일이 잘 마무리되었고, 새집에서 이렇게 상쾌한 공기를 즐기며 글을 쓸 수 있음에 감사하다. 이 순간 엘리는 발코니에 놓아둔 안락의자에 앉아 평온한 아침을 즐기고 있다.
새집 공사가 자꾸 늦춰지면서 임시로 거주하던 아파트의 계약이 먼저 만료되어버렸고, 더는 한 곳에 머물 수 없게 된 우리는 모든 짐을 임시 창고에 넣어두고 길을 떠났다. 랄라는 나 홀로 여행을 선택했고, 스톰과 나는 해발 5,500 피트에 있는 오두막을 구해 그곳에서 지냈다. 스톰은 평소처럼 열심히 재택근무를 했고, 나는 안식년을 보내는 중이어서 책을 읽거나 새 모이를 주거나 숲 속으로 스미는 햇살을 구경하며 보냈다. 그리고 금요일 오후부터 사막 트레일을 찾아 주말 하이킹을 떠났다. 어떤 날은 둘이 모래사장에 나란히 앉아 바닷가의 노을을 바라보며 기다림을 배웠다. 세상일이 모두 내 맘대로 되지 않듯, 새집의 공사 일정도 우리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후부터, 일상의 크고 작은 변화에 대응하는 나의 마음 가짐도 바뀌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한다는 신념은 그대로지만,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일과 나만의 노력으로는 해결 불가능한 일은 순순히 내려놓게 되었다.
나는 지난 10년 동안 2020년에 맞이할 안식년을 마음에 그려왔다. 지금 돌아보면 믿기지 않을 만큼 순조로운 십 년이었다. 랄라가 성장하면서 일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고, 그만큼 심리치료에 대한 이해도 깊어갔다. 그러기에 내담자와 함께 하는 시간이 감사하고 소중했다. 랄라의 사춘기 덕분에 부모와 자식 사이에 적당한 거리 두기가 시작되었고, 스톰과 나는 아이가 아닌 서로를 우선순위에 두는 삶을 연습할 수 있었다. 스톰도 나도 각자의 커리어가 무르익어가는 것을 즐겼고, 랄라도 원하던 대학에 입학했으며, 우리 모두 삶에 만족하고 있었다. 안식년을 앞두고 오랜 시간 만나온 내담자들께 헤어짐을 고해야 했지만, 이전부터 준비해왔기에 종료 세션도 조화롭게 진행되었다. 그리고 정든 동료들과의 이별을 준비하기에도 충분한 시간이 있었기에 그 또한 다행스러웠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코로나가 우리의 일상을 덮치기 이전의 이야기이다.
나의 안식년은 작년 봄 코로나와 함께 시작해서 올봄 백신 접종과 함께 끝났다. 며칠 전 지인이 나에게 일 년의 쉼이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물었다.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일 년 전의 저보다 생각은 단순해졌고, 행동은 유연해졌어요. 반면 중심은 더욱 견고해진 듯해요.” 여러 가지로 많은 일과 어려움이 있었던 일 년이었고, 한편으로는 다시 오지 않을 선물 같은 시간이었다. 그리고 안식년의 경험을 통해 현재를 열심히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5년 뒤 10년 뒤의 안식년을 계획하는 것도 내 삶의 중요한 부분임을 알아차리는 소중한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