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일기
2005년 1월 28일
다시 찾아온 감기로 이번 주 내내 게으름을 피웠더니 마룻바닥에 먼지가 눈에 보이게 늘었고, 랄라 책꽂이 안의 책들도 삐쭉빼쭉, 얼마 전에 콩나물국밥을 할 때 넣으려고 사다 놓은 바지락도 냉장고에서 아직 대기 중이고, 컴퓨터 책상에는 랄라의 스파이더맨이 큰 대자로 누워 천정을 바라보고 있다. 무엇보다도 빨래거리가 소쿠리에 한 가득이다.
바깥 기온은 여전히 영하 20도라고 하는데, 창가에 서서 보니 흰 눈만 보이지 않는다면 늦가을이라고 생각될 만큼 하늘은 푸르고 날씨 또한 쾌청하다. 한동안 겨울바람에 시달리던 나무들도 오늘만큼은 편안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듯 보인다. 다행히 몸에 기운이 조금씩 돌아오기 시작해서 오늘은 아침부터 서둘러 빨래를 했다. 그 덕에 랄라의 인형 옷 크기만 한 바지, 원피스, 카디건, 곰돌이 팬티들은 지금 햇빛을 맘껏 쐬고 있다.
나는 유난히 빨래를 하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곤 한다. 특히 도톰한 타월들이 보송보송 마른 것을 확인하며 사각으로 접어 보관함에 넣어 둘 때의 촉감이 좋고, 랄라의 앙증맞은 옷들을 작은 빨래건조대 위에 가지런히 펼쳐 널을 때 엄마가 된 자신을 느낄 수 있어서 좋다. 또 랄라 팬티 엉덩이 부분에 그려진 여러 가지 (백설공주, 신데렐라, 테디베어, 헬로키티, 트위티, 쿠키 몬스터, 엘모 등등) 그림들을 하나씩 확인하면서 아이의 속옷장에 넣어줄 때면, 랄라의 보드랍고 통통한 엉덩이의 감촉이 떠올라 혼자서 미소 짓곤 한다. 그리고 우리 집 지킴이 스톰의 양말 짝을 맞출 때는 '그래... 오빠가 이거 신고 우리 위해 열심히 뛰어다니는 거야' 하는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집안 청소를 마치고 햇살 가득한 소파에 혼자 앉아 오늘의 묵상집을 열어보니 "소박한 삶은 행복의 필수 조건이다."라고 적혀 있다. 소박한 삶. 어쩌면 이외로 우리 가까이에 있지만 쉽게 찾지 못하고 (그것을 볼 수 있는 눈과 느낄 수 있는 마음을 갖지 못했기에) 그 주변만 맴돌다 마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을 해본다. 내일은 신나는 주말! 마치 밀린 방학숙제를 모두 끝낸 학생처럼 집안을 말끔히 치워놓고 나니 내 마음이 한결 가벼워 짐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