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일기
2005년 3월 29일
지난주 토요일 스톰은 이른 새벽부터 친구 일을 도와주러 교외에 있는 목장으로 떠났다. 랄라가 유아원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모녀지간에 단 둘이 보낼 수 있는 시간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물론 24시간 랄라와 같이 있어야 했던 지난 2년으로부터의 해방을 좋아했던 나이기도 하지만, 주말에는 늘 스톰과 함께 셋이서 나들이를 하다 보니 근래 들어 랄라랑 단 둘이 손 잡고 어디를 다녀온 기억이 없었다.
그래서 주말이 오면 랄라를 데리고 동네 놀이터에 가서 미끄럼틀과 그네를 맘껏 태워주고, 산책로를 걷다가 물이 고인 웅덩이를 만나면 신나게 물장난을 치게 해 주고, 돌아오는 길에는 랄라가 좋아하는 샌드위치와 레모네이드를 점심으로 사줘야겠다고 이미 내 머릿속에는 구체적인 나들이 계획이 세워졌다. 날씨는 어찌나 좋던지 일어나 보니 아침햇살이 이미 거실 가득 들어와 있었고, 하늘은 티 없이 맑았다. 랄라도 빨리 나가고 싶은 마음에 스스로 운동화 끈을 매어보겠다고 한참 실랑이를 벌였고, 우리 모녀는 여러 가지 준비물을 유모차에 싣고 서둘러 집을 나섰다.
아직은 좀 쌀쌀한 기운이 감도는 날씨였지만, 오히려 흐물흐물해진 나의 온몸을 상쾌하게 정화시켜 주는 힘을 느낄 수 있었고, 랄라는 산책길을 만나자 바로 걷고 뛰기를 반복해서 결국 겉옷을 하나씩 벋어야 했다. 그렇게 노래도 맘껏 부르고, 장난도 치면서 랄라와 놀이터에 도착했고, 우리 모녀는 약 한 시간 가량 놀이터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며 열심히 뛰어놀았다. 하지만 갑자기 바람이 거세게 불기 시작했기에 아쉽지만 산책로를 뒤로하고 점심을 먹으러 샌드위치 가게로 향했다.
랄라는 모차렐라 치즈와 얇게 썰은 칠면조 고기가 들어간 샌드위치를 먹었고, 나는 따뜻한 밀빵에 닭고기와 스위스 치즈가 들어간 샌드위치를 먹었다. 물론 랄라가 가장 좋아하는 음료인 레모네이드를 빠트릴 수는 없는 일! 그리고 디저트로 마카데미아 넛 쿠키도 한 개씩 사이좋게 나누어 먹었다. 아이와 식사할 때마다 느끼지만 궁금한 것도 많고, 갑자기 하고 싶은 말도 있고, 어쩔 때는 먹다가 화장실도 가야 하므로, 식사가 끝날 때까지 웃음과 여유를 잃지 않으려면 상당한 인내심을 필요로 한다. 정말 이러면서까지 외식을 해야 하는가 하고 스톰과 내가 투덜거리던 날들이 많았기에, 얼마 전부터 우리는 조급해하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편안한 마음으로 식사를 하기 위해 좀 더 구체적인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느릿느릿 거북이걸음처럼 더딘 점심 식사였지만, 랄라는 샌드위치 한 개와 쿠키 한 개를 말끔히 해치웠고, 나는 따뜻한 커피 한잔을 유모차 위에 올려놓고 집으로 향했다. 랄라의 행복한 모습을 보니 어찌나 기분이 좋던지. 집에서 볼 때보다 이렇게 밖에 나와서 함께 아이와 걷다 보면, 랄라의 머릿속에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생각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다시 잠잠해진 바람 덕분에 우리 모녀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나들이를 마칠 수 있었고, 귀가 후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랄라는 달콤한 꿈나라로 여행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