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모습

육아일기

by Rainsonata

2005년 4월 14일


어려서부터 넘어지기 선수였던 나는 하루도 스타킹 무릎이 성 할 날이 없었다. 원래부터 균형감각도 빵점인 데다 성질까지 급해서 걸음은 또 왜 이리 급하게 걷는지.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은 나를 두고 하는 소리이다. 삼십이 넘은 지금도 그 빠른 걸음걸이를 고치지 못하고 멀쩡히 걷다가 맨바닥에 넘어지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니까.


그렇게 빨리 걷기 좋아하는 내가 몇 발자국 뒤에 서서 느림보 걸음을 즐기는 순간이 있다. 바로 우리 가족의 산책시간. 웃는 랄라의 얼굴을 보면서 옆에서 함께 걷는 것도 물론 즐겁지만, 랄라와 스톰이 다정하게 손잡고 걷는 뒷모습이나, 랄라가 스톰의 넓은 어깨 위에 올라앉아 발로 장단을 맞추면서 노래 부르는 뒷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조금이라도 행복의 부스러기가 길에 떨어질까 나는 열심히 뒤따라가며 내 마음에 주어 담기 바쁘다.


앞모습은 솔직해서 좋다. 랄라의 콧 주름이 보이고 귀여운 입모양이 압도적인 랄라의 얼굴은 언제 봐도 기분이 좋다. 너그러운 가슴과 솔잎처럼 뻗은 스톰의 머리는 언제 봐도 편안함을 준다. 하지만 뒷모습에는 '마음 얼굴'이 그림자처럼 드리워져 있다. 아빠를 믿고 따르는 랄라의 마음을 읽을 수 있고, 랄라를 최대한 보호해 주려고 애쓰는 스톰의 마음이 보이기도 하다. 뒷모습을 바라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호흡은 깊어지고 걷는 속도와 보폭도 조화롭게 안정을 되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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