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日是好日
2007년 1월 9일
스톰이 CES 참가로 며칠째 집을 비우고 있는 요즈음. 매일 밤 랄라가 잠들 무렵 스톰 베개를 꼭 껴안으며 말한다. "엄마. 아빠 머리 냄새가 나요. 이건 우리 아빠 베개예요. 그죠? 엄마?" 내가 책을 읽어주는 동안에도 아빠 베개를 꼭 껴안고 있다가 잠드는 랄라. 스톰이 출장 중일 때면 나의 몸은 두배로 피곤한데, 밤이 와도 쉽게 잠들지 못하고 새벽녘까지 뒤척이게 된다. 그래도 우리가 스톰을 그리워할 수 있다는 건 아름다운 일이고, 무엇보다 이렇게 랄라를 재워놓고, 혼자 책상 앞에 앉아 하루를 되돌아보며 깊어가는 밤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은 소중한 선물이기도 하다.
나의 하루
오전: 아침에 랄라와 아침식사를 하고, 랄라를 유아원에 데려다주고, 장을 보고, 랄라가 놓고 간 밸런타인을 유아원에 갖다 주고, 이번 주 내로 제출해야 하는 과제물을 꼼꼼히 체크하며 계획을 구상하고, 책을 읽고, 교수님 한데 이메일 보내고, 청소하고 나니까 벌써 정오!
오후: 점심 먹고, 빨래 돌리고, 스톰과 전화통화를 하고, 밀렸던 가계부를 정리하고, John Locke의 아동 발육론에 대한 개인적 견해를 몇 장 적고 나니 어느새 랄라를 데리러 가야 할 시간! 랄라를 데리고 곧바로 도서관에 가서 책 읽어주고 같이 이야기하다가 둘이서 고른 책을 잔뜩 실고 집으로 오니 벌써 저녁시간!
저녁: 랄라와 저녁을 먹고, 랄라의 새로운 친구 Rucha를 집으로 초대해서 Play Date 시간을 갖고, 부엌 정리를 하고, 랄라와 버블 베스를 하고, 랄라 방 청소를 돕고, 랄라 책 읽어주고, 재우고, 거실 정리하고, 행주를 세제에 담가놓고 나서 이제 내 책 좀 다시 한번 읽어볼까 하니 곧 자정!
바쁜 하루를 보내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적어놓고 보니 정말 나의 하루가 바쁘긴 바쁜가 보다. 개강하자마자 과제물과 새로 읽어야 하는 전공도서가 책상에 한 가득 쌓여있다. 공부를 시작하고 나서 많이 분주해진 반면, 기쁨과 성취감이 두배로 늘었고, 가족의 행복과 더불어 내 개인의 행복 지수 또한 부쩍 올라갔다. 이번 학기는 본격적인 심리학 상담기술과 발육 발달학에 관한 다양한 이론을 공부하게 된다. 이렇게 고요한 밤에 방안으로 퍼지는 스르륵스르륵 책장 넘기는 소리가 평온한 ASMR이 되어 나의 배움을 응원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