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日是好日
2006년 8월 2일
Lake Tahoe로 가는 길목에 Truckee River라는 아름다운 강이 있다. 토론토에 살 때 다시 캘리포니아로 돌아가면 랄라랑 같이 래프팅을 꼭 해보자고 마음먹었었는데, 지난 주말에 Truckee River에서 드디어 세 시간 코스인 White Water Rafting에 도전한 우리 가족!
운동신경이 둔감한 내가 유일하게 자신 있어하는 게 수영인 덕분에 나는 어려서부터 물놀이만큼은 겁이 없었다. 그래서 중고등학교 때에는 스킨스쿠버도 즐겼고, 모터보트 뒤에 달고 통통통 물 위를 튕겨달리는 바나나 보트도 얼마나 좋아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랄라를 갖고 아이를 키우면서는 고작해야 수영장에서 랄라랑 물놀이를 해주는 게 전부가 되었다. 사실 수영장에서 여유롭게 수영을 즐기기 시작한 것도 올해부터가 아닌가 싶다. 작년까지는 어린 랄라를 스톰과 내가 번갈아 가면서 놀아줘야 했기에 혼자서 시원스럽게 물길을 가르며 수영을 하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스톰과 나는 늘 다짐했었다. '그래 랄라가 조금만 더 크면 그때는!!! 기필코!!! 강물을 따라 유유히 때로는 격렬하게 흘러내려가는 래프팅에 도전해 보리라!!!' 그랬던 참에 강가에서 River Rafting이라고 적힌 큰 간판과 사람들의 행렬을 발견했으니 우리가 차를 당장 세웠음은 두말하면 잔소리! 드디어!!! 우리에게도 그날이 온 것이다!
우리만큼이나 들떠서 좋아라 하는 랄라에게 구명조끼를 입히고, 스톰과 내가 노를 하나씩 나누어 들고 소지품은 안전요원이 나누어준 새까만 비닐봉지 안에 넣어 꽁꽁 묶어두고, 신이 나서 보트에 올랐지만 막상 노를 저으려 하니 내 맘처럼 움직여지지가 않았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물살은 제법 빨라지기 시작했고, 스톰 혼자서 우리가 탄 보트의 방향을 틀고 물길을 타고 내려가기에는 힘에 벅찼다. 그때 즈음해서는 다행히 나의 노젓기도 제법 익숙해졌다. 그리고 물살에 휘말려 배가 앞뒤로 방향이 틀어지기 시작하자, 나는 앞쪽에 앉아 방향을 틀고 스톰이 뒤에서 열심히 노를 젓는 팀워크의 경지에 이르렀다.
물론 유유히 흘러가는 강물 위에서 멋진 별장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좋고, 중간중간 낮은 물가에 내려서 스톰이 랄라를 위해 가재를 잡아주는 재미도 있지만, 정말 재미 가득인 코스는 뭐니 뭐니 해고 물살이 빨라지는 곳이다. 그리고 그 흐르는 물살을 타고 보트가 앞으로 쏴-악- 하고 미끄러져 내려갈 때는 기분이 판타스틱 그 자체! 이 황홀함은 느껴본 사람만이 경험할 수 있는 짜릿함이다.
그러나 엄마 말씀대로 사고는 항상 신나라~ 좋아라~ 할 때 잘 난다는 말이 딱 맞는 시추에이션 발생! 래프팅 코스 종료지점까지 약 500 미터 남겨놓고, 마지막 만나게 된 급류 속에서 노를 젓다가 내가 보트에서 튕겨져 나가 물속에 퐁당 빠지고 만 것이다. 천만다행으로 빠진 곳의 수심이 그리 깊지 않았고, 바로 옆에 손을 잡고 일어설 수 있는 큰 바위가 있었으니 망정이지, 만약에 얼굴부터 물에 빠졌다거나, 수심이 내 키보다 더 깊은 곳이었다거나 하면 아마 이렇게 앉아서 글을 쓰기는커녕 여러 사람 슬프게 했을 만한 일이 벌어질 뻔했다.
그때부터 갑자기 우두두둑 커다란 빗방울의 소나기는 내리기 시작하고, 몸은 오돌오돌 떨리고, 바위에 긁힌 다리의 상처는 욱신거리고, 물살은 너무 빨라 다른 사람들이 탄 보트가 가까이 올 수도 없고, 내가 강을 걸어 건널 수도 없고, 스톰과 랄라가 탄 보트는 이미 내 시야에서 사라졌고, 소리도 안 질러지고, 저 건너편 별장에 사는 세 식구가 뭐라고 외치는데 뭔 말인지 하나도 못 알아듣겠고, 하여간 정말 긴급상황 그 자체였다. 아주 다행히도 내가 몸을 기대고 있었던 바위에 또 다른 보트가 부딪히면서 보트가 완전히 멈춰 서는 바람에 그때 가까스로 구조돼서 무사히 땅에 발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보트에서 내리자마자 아무리 안내 방송을 해도 랄라와 스톰은 온 데 간데없고, 비는 억수로 많이 내리기 시작하고, 같이 보트를 타고 내려올 때 바람 분다고 나 추울까 봐 스톰이 벗어줬던 XL 사이즈의 커다란 반팔티는 몸에 자꾸만 달라붙고, 돈도 한 푼 없고, 아는 사람도 한 명 없고, 몸만 물에 흠뻑 젖어 덜덜 떨고 있는데, 저 멀리 시커먼 걸 뒤집어쓰고 랄라를 목마에 태우고 비장한 모습으로 걸어오는 스톰을 발견! 으앙!!! 그렇게 우리 가족은 다시 뭉쳤다.
<스톰 버전의 비하인드 스토리>
스톰은 보트에서 내리자마자 남의 집 별장지에 들어가 랄라를 업고 재빨리 달린 후, 내가 서있던 바위가 내려다 보이는 곳으로 갔다고 한다. 거기까지 가는 동안 랄라는 목청이 터져라 울고. 엄마가 물속에 빠졌다고 계속 울고. 스톰은 랄라를 달래며 아빠가 엄마를 찾아올 거라고 울고. 근데 막상 내가 빠진 곳에 가보니 바위만 덩그러니 남아있고, 정작 있어야 할 내가 없더란다. 그러자 랄라가 스톰에게 흐느끼면서 묻기를 "아빠! 엄마가 하늘로 갔어요?" 이 말을 들은 스톰 거의 혼절 위기에 빠지고, 산과 강가를 헤매다가 안 되겠어서 다시 돌아 나와 도로 쪽으로 걸어오고 있던 참에 나와 만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