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日是好日
2005년 6월 25일
우리가 처음 만난 날, 스톰은 나와 결혼하게 되면 꼭 딸기밭을 만들어 주고 싶다고 했다. 그때는 왜 처음 만난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는지 도대체 이해불가였다. 그래서 난 스톰을 공상가 또는 엉뚱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스톰의 공상은 현실이 되었고, 지금은 서로의 반려자이자 랄라의 부모가 되어 이렇게 일상을 함께하며 사이좋게 지내고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신혼을 시작한 우리는 주말이면 캘리포니아의 해안선을 따라 난 1번 고속도로를 달리며 함께 바다를 보고 음악을 듣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즐겼다. 그리고 스톰은 언제든지 작은 농원을 발견하면 바로 차를 세우고 내가 좋아하는 딸기를 한 소쿠리 사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스톰은 조수석에 앉아 맛있게 딸기를 먹는 날 보면서, 몇 년만 더 기다려 주면 꼭 우리 집에 딸기를 심어 직접 따먹을 수 있게 해 주겠다며 마치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말하곤 했다.
그로부터 시간이 흐르고 흘러 우리에게도 집이 생겼고, 스톰은 텃밭을 만들어 나한테 선물로 주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정말 열심히 일했다. 주말에는 아침 9시부터 저녁 9시까지 식사시간을 제외하고는 하루 종일 정원과 텃밭을 일구는데만 일념 했고, 주중에도 퇴근 후 저녁식사만 끝나면 바로 삽을 들고 땅을 다듬었다. 그 결과 처음 장만한 우리 집으로 이사 온 지 정확히 열흘만에 스톰의 열성적인 노력으로 예쁜 텃밭이 완성되었다.
스톰은 어제도 딸기 모종을 심어주고 싶다고 여기저기 찾아다녀 봤지만, 이미 7월을 코앞에 두고 있는 여름에 딸기 모종은 당연히 찾을 수 없었다. 아쉽지만 내년 봄을 기약하며 스톰과 나는 파릇파릇한 상추와 깻잎을 나란히 심으며 우리의 첫 만남 기념일을 자축했다. 혼자서 열흘 동안 그 무거운 석판과 각목을 나르고, 옮기고, 또 땅을 파고, 모든 잡초와 돌을 골라내고, 온몸이 땀에 흠뻑 젖어도, 나를 바라보며 늘 웃음 짓던 스톰. 그런 스톰의 땀방울로 일군 텃밭이기에 나에게는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이제 촉촉한 흙과 잔디를 밟으며 랄라가 뛰어놀 수 있고, 아침이면 우리 가족이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찾아볼 채소들이 있다. 텃밭이 완성되자 오렌지색 나비 한 마리가 스톰의 손에 앉아 한참을 떠나지 않았다. 마치 나비가 우리를 축복해 주는 듯하다며 스톰과 나는 흐뭇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