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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

追慕

by Rainsonata

2011년 10월 14일


<법정스님의 의자>에 나온 병상일지에 적힌 아래 글을 접하고 수행에 대해 다시 깊게 생각해보게 되었다.


“삶이란 순간순간의 있음. 언제 어디서 살 건 간에 인연 따라 있음이다. 그 순간순간을 자신답게 살 수 있어야 한다.”


“늘 깨어 있기, 깨어 있되 드러나지 않게.”


진정한 자존감은 철저한 자기 관리가 뒷받침해줄 때 빛을 발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거기에 겸손함이 더해지면 비로소 '맑고 향기로운' 사람으로 거듭나는 것이 아닐까. 많이 바쁘고, 정신없고, 지치는 요즘이야 말로 마음의 보양식이 필요한 시기인 것 같다.


수행에 대한 생각 여행을 시작하자, 작년 여름 송광사에서 세찬 빗소리 사이로 울려 퍼지던 장엄한 범종소리가 떠올랐다. 그날 경험한 새벽예불은 청정함의 상징으로 기억되고 있다. 천년의 기품을 간직한 수행 도량 송광사까지 동행했던 일기장을 꺼내보니, 돌아가신 할머니를 그리워하며 써 내려간 글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보고 싶은 할머니,

사실은 할머니 생전에 제가 직접 봉하마을에 모시고 와서

노무현 대통령과 사진을 꼭 한 장 찍어드리고 싶었어요.

그런데 갑작스러운 노 대통령님의 서거 소식을 듣게 되었어요.

고인의 생가라도 할머니께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올여름에는 할머니께서 너무 힘들어하셔서

멀리까지 나들이를 가자고 차마 말씀드릴 수가 없었어요.


지금 이곳은 송광사예요.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오늘 밤.

내일 할머니를 위한 새벽예불을 올리고,

백중기도 접수를 해드리려고 왔어요.


할머니 꼭 평안한 곳에서 극락왕생 하세요.

제가 할머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시죠?

할머니의 육신은 제 곁에 없지만,

할머니의 가르침과 사랑의 은혜가 저와 늘 함께 있어요.


할머니 건강하실 때 송광사에 모시고 와서

오손도손 밤새 이야기를 나누고, 절밥도 먹고,

불공을 드렸더라면 얼마나 행복했을까요.


이제 할머니는 마음속에만 계시고,

모시고 올 몸이 없으니 저는 한없이 애통해요.

우리 할머니께서 오셨더라면 참 좋아하셨을 이곳.

대신 핸드폰 사진 속의 할머니께서 빗물 떨어지는

송광사의 처마 끝을 바라보고 계세요.


할머니 더 잘해드리지 못해서 죄송해요.

할머니 사랑해요.

할머니 보고 싶어요.

나잇 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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