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센트의 행복

日日是好日

by Rainsonata

2013년 1월 13일


랄라가 5학년이 되면서 우리 집에는 혁명에 가까운 변화가 찾아왔다. 그것은 다름 아닌 랄라를 혼자 집에 두고 최대한 두 시간 정도 스톰과 내가 외출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국가는 어린이 혼자 집에 둘 수 있는 최소 나이를 법으로 강제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각 주마다 차이가 있는데 8세-14세이다.) 드디어 우리끼리 오붓하게 동네 한 바퀴 산책할 수 있고, 맛있는 커피 한 잔의 데이트를 즐길 수 있고, 특별한 날은 단둘이 외식을 즐길 수도 있게 되었다. 랄라 표현을 빌리자면 “Oh My Double G!!!!!” 가 아닐 수 없다.


둘이서 이 날을 얼마나 손꼽아 기다려 왔는지 모르면서도, 막상 멍석을 깔아주니 우리는 쉽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마치 첫 돌을 앞두고 걸음마를 배우기 시작한 아이처럼 말이다. 지난 십 년 동안 랄라만 혼자 두고 외출을 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우리로서는 어쩌면 당연한 반응이려니 싶다가도,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어서 나가주십사 하고 기다리는 랄라를 보면 만감이 교차하는 것이었다. 스톰도 '우리 랄라가 정말 많이 컸구나' 하는 감회와 함께, 너무 쉽게 우리를 배웅하는 랄라의 모습에서 소소한 배신감을 동시에 느낀다고 했다. 그렇게 우리는 몇 번의 외출을 즐겼고, 우리의 부재가 랄라에게 안겨준 기쁨은 우리가 느낀 것의 두세 배는 되는 듯 보였다. 그렇게 아이는 자라고, 우리는 나이를 먹는 것이다는 것을 몸소 느끼는 요즘이다.


주말에 랄라를 집에 두고 스톰과 함께 필요한 물건을 사러 나갔다가, 한 겨울에 느끼는 포근한 봄 날씨에 이끌려 화원에 들러 99센트짜리 팬지 화분을 사 왔다. 팬지는 여러 꽃 중에도 로맨틱한 꽃이라고 한다. 팬지라는 이름은 프랑스어의 Penser (생각하다)라는 말에서 유래되었으며, 꽃의 형태가 사색하고 있는 사람을 연상시킨다고도 해서 꽃말은 '사색' '나를 생각해 주세요.' 그런 의미 때문에 유럽에서는 밸런타인데이에 선물하는 꽃으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화분을 고를 때는 보라색을 좋아하는 랄라를 위해, 침대 머리맡에 두고 좋은 향기와 함께 잠들라고 사 온 건데, 랄라가 엄마방 책상에 놓아두면 더 좋을 것 같다고 양보해서 얼떨결에 내 것이 된 화분이다.


내 책상 위에 보랏빛 꽃 모양의 촛대가 있는데, 그 옆에 새로 사 온 보라색 팬지 화분을 놓아두니 훨씬 더 그럴싸해 보이는 것이, 보고만 있어도 나의 행복지수는 마구마구 쑤욱쑤욱 올라가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작은 꽃송이들이 전해주는 달콤한 향기란 어떻게 글로 풀어 설명하기가 힘들 정도다. 햇살이 비추면 초록잎의 싱그러움이 반짝이고, 구름이 지나가면 그늘 속의 고혹한 매력을 풍긴다. 어떻게 보면 팬지는 책상에 가장 잘 어울리는 꽃일지도 모른다. 열심히 공부하는 공간에 '사색'이라는 꽃말을 가진 팬지를 놓아두었으니 말이다.


단 99센트의 소비로 이만큼의 행복을 느낄 수 있다면, 난 보다 많은 사람들과 99센트의 행복을 나누고 싶다.

이전 16화이병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