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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日日是好日

by Rainsonata

2013년 8월 21일


여름 방학 동안 만날 수 없었던 멘티를 만나러 E가 전학 간 새로운 초등학교에 다녀왔다.


몇 달 전, 방학을 앞두고 E는 말했다. "아무래도 지금 다니는 학교를 계속 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 할머니 댁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갔는데, 새 학기가 시작하면 집 근처 학교로 전학을 가게 된다고 그랬어요. 내가 새 학교로 전학가도 우리 만날 수 있어요?"


당시 속해있던 학군의 행정방침을 잘 모르고 있었던 내가 E에게 해 줄 수 있었던 말은 이것이 전부였다. "내가 약속할 수 있는 건, 난 여름 방학 동안 최대한 노력해서 새로운 학교에서도 너와 다시 만날 수 있도록 담당자분들께 부탁해 볼 거라는 거야. 지금 너에게 전학을 가도 매주 나를 만날 수 있을 거라는 약속을 못해 줘서 미안해. 만약 아주 슬프게도 우리가 다시 멘토와 멘티로 만나지 못한다고 해도, 네가 전학 간 학교로 찾아가서 너의 얼굴을 보며 이야기해줄 거야. '미안. 노력했지만 안 되겠구나.'라고. 그러니까 분명한 건 오늘이 우리의 마지막 만남은 아니라는 거야. 왜냐면 개학을 하면 나는 꼭 한 번은 너를 만나러 새 학교를 찾아갈 테니까 말이야."


나를 바라보는 포도송이 같은 아이의 까만 눈망울은 일 년 사이 더욱 깊어진 것 같았다. 환하게 웃는 아이의 얼굴, 고개를 젖히고 까르륵 웃는 아이에게 '너에게 먼저 등을 돌리지 않을 거야. 한번 꼭 안아주고 너를 보낼 거야. 그리고 너의 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계속 지켜볼 거야. 네가 뒤돌아보면 내가 지금처럼 환하게 웃고 있을 거야.'라고 처음 만난 날 스스로에게 작은 다짐을 하지 않았던가.


다행히 모든 분들이 도움을 주시고, 흔쾌히 새로운 학교에서도 같은 멘티를 돌볼 수 있도록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오늘 E를 만나기 전에 새 학교 카운슬러와 면담이 있었는데, 마침 점심시간이라 복도에서 아이들을 인솔하고 계신 나의 멘티의 담임선생님과 마주쳤다. 이제는 제법 의젓해 보이는 꼬마들 사이에서 멘티를 찾고 있는데, 저 뒤편에서 E가 먼저 나를 알아보고 뛰어와 코알라처럼 내 품에 안겼다. 너무 반가웠던 나는 아이를 품에 번쩍 안아 들었다. 그렇게 우리의 아름다운 인연은 또다시 이어지게 되었다.


오늘이 하안거 해제일인 것은 우연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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