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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寺로 가는 길목

日日是好日

by Rainsonata

2013년 3월 17일


언젠가 여건이 허락된다면, 어느 좋은 가을날, 혼자 간소하게 짐을 꾸려 한국의 산사로 여행을 떠나고 싶다. 좋아하는 책 몇 권이랑, MP3, 일기장, 카메라만 들고...


여행하면서 맛있는 간식도 사 먹고, 자연과 사람이 함께하는 순간을 사진기에 담고, 따스한 햇살 쏟아지는 고속버스 창가에 앉아, 좋아하는 음악을 듣다 깜빡 잠들고, 덜컹 거리는 소리에 다시 눈을 뜨고, 책을 꺼내 읽고, 스치는 풍경들을 감상하고, 설렘을 즐기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혼자 투벅투벅 산사로 난 길을 걸어 올라갈 것이다.


혼자 걷는 밤길이 무서울 수도 있겠지만, 환한 달님이 비추고 있는 밤이라면 무서움도 초월할 수 있지 않을까. 더군다나 산사로 향하는 오솔길 옆으로 개울물까지 흐르고 있다면, 물소리와 달빛이 하나가 되어 얼마나 아름다울까. 그렇게 도착한 산사의 작은 방에 짐을 풀고, 목욕을 하고,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고, 툇마루에 걸터앉아, 양다리를 달랑거리다, 가끔씩 젖은 머리카락을 손으로 툭툭 털며 눈을 감고 조용히 앉아 있고 싶다.


바람이 불어오면 멀리서 풍경소리가 들려올 수도 있겠고, 나무와 나무가 스치는 소리가 들려올 수도 있겠고, 낙엽이 이미 많이 쌓인 가을이라면, 마른 나뭇잎들이 뒹구는 소리가 들려올지도 모르겠다. 조금 춥다고 느껴지면, 달랑거리던 다리를 거두어, 가슴 앞에 쫑긋 세우고 앉아, 따뜻한 찻잔을 양손으로 감싸고, 달님을 바라볼 것이다.


절에 계신 분들께 누가 되지 않는다면, 포근한 담요로 몸을 감싸고 마치 쪽잠을 자듯 툇마루에 누워있고 싶다. 만약 보름달이 뜬 밤이라면, 옆으로 누워서 바라보는 달님은 변함없이 둥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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