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랄라에게 02화

랄라는 네 살

by Rainsonata

사랑하는 랄라에게,


우리 아가가 이제 네 살이 되었구나. 작고 몽실 통통한 랄라의 발을 만지작 거리며 엄마 품에 안고 모유를 주던 때가 얼마 전 같은데, 우리 랄라가 어느새 네 살이 되었구나. 무엇보다도 지금까지 건강하고 밝게 자라주어서 고맙구나. 랄라의 환한 웃음은 갓난아기 때나 4년이 흐른 지금이나 변함이 없어. 튼튼한 몸과 마음도. 엄마품에 안고 있으면 느껴지는 랄라의 따뜻함도. 잘 때마다 이불을 차 버리는 버릇도. 웃으면 코에 찡끗 주름이 잡히는 얼굴도. 윤기 나고 부드러운 갈색 머릿결도. 엄마는 모든 것에 감사해. 우리 랄라가 엄마 아빠 딸로 이 세상에 태어나 준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이고 기쁨이었는지 몰라. 그리고 랄라 덕분에 엄마로서의 아름다운 여행을 이렇게 하고 있잖니?


엄마는 랄라가 지금처럼 건강하고 명랑하게 자라 주는 것에 감사해. 하지만 이제 우리 랄라도 엄마랑 이야기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으니까 우리 랄라 생일날 엄마가 부탁하고 싶은 게 몇 가지 있구나. 귀 기울여 잘 들어보세요. 엄마는 가끔 랄라가 보이는 고집이 조금 염려스러울 때가 있어. 어떤 일에 신념을 가지고 뚝심으로 밀어붙이는 것도 훌륭하지만, 때로는 져주고 조금은 양보하면서 사각형으로 모난 우리의 생각의 틀을 조금씩 조금씩 허물어가며 동그라미로 바꾸어 가는 일이야 말로 정말 훌륭하면서도 아름다운 일이란다. 엄마는 이제부터 랄라가 마음가짐과 사고방식을 랄라의 예쁜 얼굴처럼 동그랗게 만들어가는 과정을 시작해야 할 때라고 생각해. 우리 랄라 생각은 어떠니?


또 하나는 인사성에 대한 부탁을 하고 싶구나. 우리 랄라가 요즈음 인사하는 좋은 습관이 조금씩 불규칙해지고 있거든. 누군가를 만났을 때 밝은 얼굴로 공손히 인사하고,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고, 미안함을 전하는 것은 우리들 뿐만이 아니라, 랄라가 좋아하는 히-하- 말들도 하고, 지난 주말 수족관에서 봤던 펭귄들도 하는 거란다. 인사를 나누고 감사함과 미안함을 상대에게 전하는 것은 누구나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하는 '예의'라는 거란다. 우리 랄라도 밝게 인사하면서 하루를 시작하고, 매사에 감사하는 마음과, 잘못했을 때는 머뭇거리지 말고 미안하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 있는 사람이 되어주길 바랄게.


마지막으로 랄라가 한국어를 사용하는 것에 대한 엄마의 당부를 전하고 싶구나. 엄마도 아빠도 랄라가 한국어와 영어 때문에 혼돈스러워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어. 한 가지 언어로 말하면 훨씬 쉬울 텐데, 양쪽 언어를 다 써야 하니까 어린 네가 힘이 들 때도 있다고 생각해. 하지만 우리 랄라가 지금까지 아주 잘 해온 것처럼 앞으로도 집에서 한국말을 쓰도록 노력하자. 우리 랄라는 미국에 살고 있지만, 할머니 할아버지도 모두 한국에 계시고, 엄마 아빠도 한국 사람이고, 랄라가 좋아하는 대~한민국 구호도 우리나라 한국 팀을 응원하는 건 거 알지? 우리 랄라도 한국에 있는 친구들처럼 한국말을 열심히 공부해서 나중에 엄마가 모아놓은 좋은 책들을 읽을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진 일이니. 한국의 문학을 이해할 수 있게 될 때쯤에는 랄라도 한국어를 꾸준히 공부한 것에 감사해할 거라고 엄마는 믿어. 한국인으로서 긍지를 가지고 내 나라 언어를 구사하고 이해하는 것은 랄라의 근본이고, 랄라의 젖줄과도 같은 거란다. 명심하세요!


다시 한번 우리 랄라의 네 번째 생일을 축하해.


2006. 10. 30.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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