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라이팅
정서학대
2023년 2월 10일 금요일
오랜만에 글을 쓰기 위해 컴퓨터 앞에 앉으니 설레는 마음이 든다. 약 3개월 남짓한 고요의 시간을 보내면서 과연 고요하게 지냈는가 하고 스스로에게 묻는다면 그러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디지털 디톡스가 주는 고요함은 분명히 존재했다. 하지만 11월부터 지속적으로 증가한 내담자 숫자 때문에 직업적인 부분에서는 아주 바쁜 시간을 보냈고 아직도 보내고 있다. 그리고 요즘은 특히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심리치료를 시작하는 분들이 부쩍 늘었다. 개개인이 느끼는 증상은 각기 다른 모양과 색을 띠고 있지만, 모두가 공통적으로 호소하는 부분은 학대에 대한 지워지지 않는 기억과 아픔이다.
아동 학대에는 신체학대, 정서학대, 성학대, 방임이라는 4가지의 유형이 있다. 그중에서도 정서학대에서 사용되는 언어폭력, 협박, 모욕으로부터 입은 상처는 당장 꺼내어 볼 수도 없고 쉽게 타인에게 보여줄 수도 없다. 그러므로 정서학대의 피해자가 절망과 고립의 늪에서 긴 시간을 보내는 경우는 아주 많다. 정서학대의 일종인 가스라이팅은 가까운 사람들 사이에서 주로 발생한다. 가해자는 교묘한 상황 조작을 통해 피해자의 존엄성을 흠짓내고, 그/그녀가 마주한 현실을 지속적으로 뒤트는 행위를 반복한다. 심리적인 세뇌와 왜곡이 깊어질수록 피해자는 자율성과 판단력을 잃게 되고, 서서히 혼돈과 무기력이 일상이 되어버린 삶을 살게 된다. 반면 가스라이팅을 통해 자신이 원했던 지배력을 얻게 된 가해자는 더욱 의기양양한 기세로 피해자의 목을 조여 온다. 그리고 이러한 정서학대는 피해자가 성인으로 성장한 후에도 이어지는 사례가 빈번하다.
가스라이팅의 가해자는 어떤 방법으로 피해자의 영혼에 독을 퍼뜨리는가?
1. Love bombing
사랑의 폭탄을 투하하듯 상대에게 넘치는 애정과 관심을 쏟아붓는 행위를 반복하는 시기
2. Triangulation
의도적으로 삼각관계를 조장해서 피해자의 인생에서 중요한 사람과 대립각을 세우도록 하는 시기
3. Splitting
인간관계에 파고들어 불신의 의혹을 키우고 편 가르기와 분열을 통해 피해자를 고립시키는 시기
3. Idealizing
피해자를 비행기에 태우듯 과찬을 퍼부우며 이상화하는 시기
4. Devaluing
피해자를 향한 평가절하, 비난, 막말을 사용한 자존감 파괴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는 시기
5. Discarding
피해자를 쓰레기 버리듯 폐기하는 시기
6. Hoovering
심리조종/지배의 영역에서 벗어난 피해자를 다시 정서학대의 궤도로 빨아들이기 위해 마치 후버 진공청소기처럼 가해자가 피해자 주변에 머물며 집요하게 접근을 시도하며 재착취를 시도하는 시기
그럼 피해자는 어떻게 치유를 준비해야 할까?
1. 가해자와 연락 최소화 또는 관계 끊기
2. 심리적/물리적 경계선을 구축하고 거리 두기를 꾸준히 지키기
3. 전문가에게 도움 요청하기
4. 선한 사람들과 유대를 이루기
5. 애도의 시간 갖기
6. 자기 돌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