困
2024년 10월 4일 금요일
역경(易經) 47괘 택수곤(澤水困)의 육삼(六三) 효사를 읽다가 '자작얼(自作孼)'이라는 단어를 처음 접하게 되었다. 도올 김용옥 선생은 '자작얼'을 '자신의 능력과 처지와 때를 모르고 촐싹거리다가 당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한자로는 '스스로(자)自' + '지을(작)作' + '재앙(얼)孼'을 합친 표현으로 '자신이 저지른 일로 인해 생긴 재앙'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육삼의 효사는 이러한 '자작얼'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단서가 된다.
도올 선생은 육삼의 효사를 다음과 같이 해석한다.
六三: 困于石 據于蒺藜. 入于其宮, 不見其妻. 凶.
"앞으로 가자니 거대한 바윗덩어리가 꽉 막고 있고, 뒤로 물러나 기대자니 가시방석 위에 앉는 꼴이다. 자아~ 어떻게 할까? 갈 곳이 있나? 그제야 집 생각이 난다. 그래도 내가 의지할 곳은 집 밖에 없지! 그래서 집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집의 주체인 아내는 이미 떠나버리고 없었다. 텅 비었다. 아~ 비극이다. 흉하다!"
공자는 육삼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子曰, 非所困而困焉, 名必辱; 非所據而據焉, 身必危. 旣辱且危, 死期將至, 妻其可得見耶?
"갇히지 않아도 될 곳에 스스로 갇혀 있으니 이름이 욕되며, 머물러선 안 될 곳에 머물러 몸이 위태롭다. 이미 욕되고 위태로워 죽음이 임박한 상황에서 아내를 어찌 볼 수 있겠는가?"
남희근 선생도 육삼에 대해 일침을 가한다.
"재수 없는 일을 당해 마땅한 것도 아닌데 재수가 없는 것은 자기가 만들어 낸 상황으로 지혜가 없기 때문입니다. 본래 곤란에 직면하지 않을 수 있었는데 성깔이나 고집 때문에 남의 의견을 수용하지 않아 실패했으니, 이 곤란은 자초한 것입니다."
"어떤 일을 하더라도 이런 국면을 자초한다면 스스로를 망치고 맙니다. 일체 성패는 자신에게 달렸습니다. 이런 환경은 모두 자기가 만든 것입니다."
그러나 고난이 극에 달해도, 택수곤의 맨 마지막 상육(上六) 효사는 길(吉)로 끝맺는다.
上六: "困于葛藟, 于臲卼. 曰動悔. 有悔, 征吉.
"칡덩쿨에 얽혀 어려움에 처해 있다. 위태롭고 불안한 모습이다. 움직이면 후회한다고 하지만, 스스로 뉘우치면 나아가서 길하다."
도올 선생은 '곤궁의 지극함에서 곤궁을 벗어날 길을 열어놓고 있는 것'이 택수곤(澤水困)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역경은 '스스로 자초한 재앙은 진심 어린 반성과 성찰을 통해서만 극복할 수 있다'는 지혜를 전하며, 곤(困) 괘의 이야기를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