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Rainsonata

2024년 10월 11일 금요일


지난 일요일, 나는 마침내 역경(易經) 64괘의 괘사와 384개의 효사를 공부한 130일간의 여정을 무사히 마쳤다. 역경에서 역(易)은 세 가지 의미를 지니는데, 그중 하나가 '변한다'는 뜻의 변역(變易)이다. 그래서 영어로 는 <I Ching: The Book of Changes> 또는 <Yijing: The Classic of Changes>라고 불린다. 이 '변화의 책'을 읽기 시작한 5월 말부터 10월 초까지 우리 집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랄라는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했고, 스톰은 회사를 옮겼다. 반려묘 엘리는 노화로 인한 피부 질환과 치아흡수성병변으로 네 개의 치아를 발치하는 치료를 받았다. 나 역시 설탕 금단 증상으로 꽤나 고생했다. 매일 변화 속에서 살면서, 우주의 변화와 원리를 설명한 <역경>을 읽었으니, '변은 변으로 다스린다'는 이변치변(以變治變)의 공부를 한 셈이다.


역경을 공부하게 된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째는 어릴 적부터 품어왔던 태극기 속 네 개의 막대기 그림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다. 우리나라 국기는 태극 문양을 중심으로 건곤감리(乾坤坎離) 네 괘(四卦)로 이루어져 있는데, 학교에서 배운 하늘, 땅, 물, 불이라는 단순한 상징을 넘어 그 속의 담긴 더 깊은 의미를 언젠가는 탐구해보고 싶었다. 둘째는 아래 적힌 글이 계기가 되었다.


子曰, 加我數年, 五十以學易, 可以無大過矣

"하늘이 나를 몇 년 더 살게 해 준다면 50세에 역경을 공부할 것이다. 그리하면 큰 허물이 없을 것이다."


오래전 <논어>의 '술이편(述而篇)'에서 이 문장을 처음 읽었을 때, 나도 오십 즈음에 역(易)을 공부하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리고 올해 비로소 그 결심을 실천에 옮겼다. 주말 아침, 따스한 햇살을 맞으며 집에서 책을 펼치고 공부에 몰두하다 보면, 동쪽에서 떠오르던 해가 남쪽으로 기우는 것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점심을 먹고 다시 책을 펼치면 해는 서쪽으로 넘어갔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방 안의 빛과 온도, 공간의 분위기까지 서서히 변해갔다. 공부가 더디고 어려울 때는 <공자세가>의 "공자가 죽간을 꿴 가죽끈이 세 번이나 끊어질 만큼 역경을 많이 읽었다"는 구절을 떠올리며, 공자의 성실함을 본받고자 했다.


역경(易經)이라는 대서사시는 64괘 '화수미제(火水未濟)'로 그 끝과 시작을 알린다. 이에 대한 두 석학의 글을 읽으며 나는 앞으로의 공부에 대한 자세를 가다듬고 저 언덕 너머의 길을 떠날 차비를 하고 있다.


"<주역>은 세계에 대한 인식틀입니다. 윤리적인 교훈이 아닙니다. 그런 점에서 다시 생각하면 세상에 완성이 없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실제로 완성 괘는 이미 미완성 괘 앞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완성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은 다만 어떤 국면의 완성일 뿐 궁극적인 완성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 우리의 삶도 그렇고 세상의 변화도 그렇습니다. 작은 실수가 있는 어떤 국면이 끝나면 그 실수 때문에 다시 시작하는 그런 경로를 이어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 역시 완성과 미완성의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 신영복


"절제란 무엇인가? 그것은 천지의 리듬을 체화하는 것이다. 일음일양지도(一陰一陽之謂道)는 오직 절제하는 몸에서만 구현되는 것이다. 일음일양의 도를 아는 것은 절제의 리듬을 아는 것이다. 성(誠)을 체화하고, 변화(變化) 속의 중용을 체득하고, 모든 살아있는 생명체의 기쁨을 공유하고, 유연(悠然)하게 술을 마시며, 존재의 열락을 민중과 분유하고 64괘 384 효의 순환을 조용히 응시하는 삶이야말로 <역>이 우리에게 가르치고 있는 삶인 것이다." - 김용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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