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의 힘

The Power of Stillness

by Rainsonata

2025년 8월 15일 금요일


이번 하안거에는 틈이 날 때마다 <맹자집주>를 읽으며 지냈다. 무려 600쪽에 달하는 두툼한 책이라 아직 공부를 마치진 못했지만, 원문과 함께 실린 각주와 역자의 설명이 <맹자>를 이해하고 탐구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원래 고전의 묘미는 천천히 소여물 먹듯이 반복해서 읽고 쓰는 데 있다고 생각하기에, 서두르지 않고 내 속도에 맞춰 배우고 익혀가는 중이다.


또 하나의 새로운 도전은 '센류(川柳)'라고 불리는 5-7-5, 총 17음으로 된 짧은 시를 매일 밤 일기장에 습작한 일이다. 그날의 감상이나 의미 있던 경험을 긴 문장으로 써 내려가기 전에, 17자에 함축적으로 담아 보는 연습을 해보니, 평소 장황하게 말하거나 글을 쓰는 습관을 고치는 데 도움이 되었다. 그 과정에서 다시금 깨달은 것은 소통에서 '정확한 단어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 점이다.


예전에 한 방송에서 나태주 시인의 딸인 나민애 교수가 '단어를 모으는 사람'이라는 표현을 한 적이 있다. 내가 이토록 읽기에 시간을 할애하는 이유도, 글의 맥락에 맞는 단어를 구사하려면 어휘 통장에 저축액이 넉넉해야 하기 때문이다. 단어 하나하나의 고유한 멋과 결을 잘 살리려면 괭이밥과 토끼풀의 차이를 알고, 또 그 둘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 네잎클로버를 찾아내는 눈썰미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언어의 소중함을 온몸으로 느끼기 위해, 나는 읽기를 멈출 수 없다.


특히 이번 안거 중에는 백무산 시인의 <정지의 힘>이, 조용히 쉬어가는 여름날들 속에서 '정지(停止)'의 가치와 의미를 차분히 되새길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역시 언어는 고마운 벗이다.




<정지의 힘>



기차를 세우는 힘, 그 힘으로 기차는 달린다

시간을 멈추는 힘, 그 힘으로 우리는 미래로 간다

무엇을 하지 않을 자유, 그로 인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안다

무엇이 되지 않을 자유, 그 힘으로 나는 내가 된다

세상을 멈추는 힘, 그 힘으로 우리는 달린다

정지에 이르렀을 때, 우리는 달리는 이유를 안다

씨앗처럼 정지하라, 꽃은 멈춤의 힘으로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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