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쩌면 기억을 먹고사는 동물일지도

[생각]

by 김동환

어쩌면 우리는 기억을 먹고사는 동물일지도.


고요한 밤. 언제나 예정되었다는 듯 고요한 밤을 찾아온다. 라디오에서는 셀린디옹의 All by Myself 노래가 울려 퍼진다. 마치 내 자신이 혼자인 것과 같이.


우리의 세포는 과거를 기억하는지 모르는지, 하지만 뇌는 확실히 많이 망각을 하는 듯하다. 따라서 글과 그림, 또는 사진이 필요할 지도. 어쩌면 그러한 기억까지도 인공지능에게 의지해 나가야 할 것인가.


이제 편지를 쓰는 일이 많이 줄었다. 내 글씨는 기분에 따라 생각에 따라 이리저리 바뀌지만, 스크린에 보여지는 글은 여유도 조급함도 없다. 그 건조한 문체에 우리는 매일 무엇을 덧씌우는지도.


손으로 만져질 수 없다면 그것은 존재인가 부존재인가. 뇌가 인식한다면 그것은 존재하는 것인가. 내가 시간과 공간에 존재하지 않고 다른 기억에 존재한다면 나는 존재하는 것인가 부존재인가.


우리는 어쩌면 기억을 먹고사는 동물일지도. 아주 서서히 파괴되는 그 기억 속의 블랙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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