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책커버

by 김동환

언제부턴가 책의 커버가 바뀌기 시작했을까. 언제부터 책의 표지가 패스트 패션의 옷처럼 변해가기 시작했을까. 책의 표지가 현란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없지만, 그 책의 내용을 보며 그 책 표지를 상상하기란 쉽지 않다.


책의 표지는 책의 내용을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러나 우리는 책을 더 이상 지식의 창고로 생각하지 않고, 내 지식의 전시물로 생각한다. 책 또한 우리 대화의 소재이지만, 이제 그 많은 출판물 앞에서 어떠한 책이 양서인지 악서인지는 그저 ai가 말해줄 뿐이다. 우리는 끈질기게 1권의 책을 읽을 자유도 그 책을 고를 방법도 없다. 왜냐하면 내가 원하고자 하는 책은 서점의 그 상단 노출에 있을 가능성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 모든 책들이 쓸모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단지 책도, 그 유행의 파도를 넘어 그 어딘가로 가고 있다는 한탄이고, 그 책만큼 우리 자신이 가만히 생각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데에 있다. 새로운 것이 계속 쏟아져 나오는데, 우리는 그것을 익히고 음미하지도 못한 채로 계속적으로 새로운 것을 맞이하고 있는 상황.


정보는 이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무엇이 되었지만, 생각하는 능력, 그 능동적인 시간은 줄어들고 있다. 우리는 점점 생각하지 않게 되고, 생각을 점점 더 외주 주기에 이르렀고, 점점 다양한 생각으로 포괄하면서 이제 점점 더 단순해 지기에 이르렀다.


저 많은 책이 나에게 다 필요 하던 것이던가. 점심으로 저녁으로 먹고 남긴 음식들이 떠오른다. 돈만 내면 입고 먹고 즐길 수 있는 시대. 과잉의 시대에서 우리는 주로 결핍과 희소성에 목말라한다.


현란한 책들이 나를 전혀 현혹시키지 못한 채 앉아 있다. 무엇이 그토록 그 표지를 현란하게 만들도록 만들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