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선생이다

책의 즐거움

by 김동환

모든 것을 경제적으로 효율적으로 판단할 순 없지만, 책이란 것도 그렇다. 책을 사는 것. 1권 당 신간은 보통 1만 5천 원 내외의 값을 지불해야 한다. 그러나, 중고 서점을 가면 그보다 더 싼 가격으로 책을 구입할 수 있다. 그리고 더더욱 인터넷 중고서점을 가면 더욱 싼 가격에 책을 살 수 있다.


그러나, 그 경험은 온전히 같지 않다. 도서관에서 책을 꺼내 보거나, 서점에서 책을 보는 것은, 사실 내가 원하던 책을 찾기라기보다, 내가 원하지 않는, 아니 거의 미지의 세계를 탐구하는 편이라고 말해야 되지 않을까.


‘밤이 선생이다’ 이 책은 황현산님이 2013년에 낸 산문집이다. 나는 이 책을 2024년에 한 중고서점에서 구입했다. 나는 그전까지 황현산이라는 사람도 몰랐으나, 왠지 그 책을 읽고 싶어졌다. 요즘의 흔한 책처럼 표지가 화려한 것도 아니었다.


나는 책을 보면 저자가 언제 태어났고 어떤 사람인지도 살펴보는 편이다. 황현산은 불어를 전공하고 불어교수였는데 확인해 보니 1945년 생이고 2018년도에 별세했다고 한다. 이렇게 한 시대를 살아가고 흔적을 남긴 분들도 이렇게 책으로만 마주할 수 있으니 아쉬울 따름이다.


책을 읽다 보면 책 속의 책을 만나게 된다. 책을 읽다 보면 저자가 언급하는 책들이나 작가가 있는데 그중에 반가운 이름들도 있다. 물론 그 사람을 내가 개인적으로 아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렇게 등장하는 사람들로 우리가 엮여 있는 사실만으로 연대감을 갖게 되는 묘한 기분이 드는 것이다. ‘아버지의 삶과 자식의 삶’이라는 산문에서 ‘아니 에르노’의 책이 나오는데, 2024년 즈음에는 아니 에르노의 책을 사서 읽었던 기억이 있다. 물론 그때는 아니 에르노가 이미 노벨문학상을 받은 이후였지만.


황현산의 산문집, ‘밤이 선생이다’는 꽤 오랜 시간 동안 그의 생각을 옮겨 놓은 산문집이다. 생각을 글로 옮기고 그것을 실천하고, 다시 그 행동을 생각하는 것. 다만 그도 그의 삶 내에서만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다. 모든 경험은 상대적일 수밖에 없다. 내가 선택을 한다면 선택하지 못한 삶은 그림자로 남아 있을 수밖에 없듯이, 우리는 끊임없는 대화와 소통을 해야 한다.


나는 밤이란 그 진실을 숨기고 아름답고 아련하게 포장하는 그 무엇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밤이란 괴테의 파우스트 구절을 인용하며,


“낮에 잃은 것을, 밤이여, 돌려다오.”

괴테, 파우스트


황현산은 “낮은 이성의 시간이라면 밤은 상상력의 시간이다.”라고 했다. 그리고 “낮이 사회적 자아의 세계라면 밤은 창조적 자아의 시간이다.”라고 했다.


물론 이 말도 절대적인 말이 아니라, 어떤 이야기의 일부이다. 우리는 우리가 가진 인식을 구성하는 한도 내에서 표현할 수 있다.


밤은 회복의 시간이다. 한해 한해 지나갈수록, 깨어있음과 잠들어 있음의 규칙성과 적정성에 대해서 더욱 생각하게 된다. 그 규칙성과 적정성을 이탈하는 순간 몸과 마음이 흐트러지게 된다. 밤은 그것을 되돌려놓는 부유의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