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디오 Aug 30. 2024

내가 겪은 직원들 3

이 글에서 소개할 직원은 아주 웃기지도 않은 직원이다.


진료실 직원 충원이 필요해서 구인을 냈다.

3년 차 직원이 지원해서 뽑았는데 경력이 교정 치과 밖에 없었다.

교정 치과는 일반 치과와 다르게 교정만 하기 때문에 위생사들의 업무 범위가 좁다.

즉, 일반 치과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스케일링 정도밖에 안 된다.

1년 차 가르치듯 치료 재료며 프로토콜을 모두 알려줘야 했다.


그래도 교정 어시스트나 스케일링은 잘하겠지,

하던 가닥이 있으니 금방 따라오겠지 하며 월급은 3년 차에 대우해서 책정해 줬다.

그런데 이 직원이 경력은 낮은데 비해 나이는 많았다.

당시 있었던 우리 치과 최고년차 직원보다 나이가 많았다.

사람에 따라 이게 문제가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지만, 이 직원은 확실히 문제가 되었다.


처음에 치과에 들어와서는 한 일이,

기존의 우리 치과 시스템을 붕괴하고 자기 취향대로 이것저것을 바꾸어 놓았다.

그리고 이렇게 더러운 치과 처음 봤다는 둥, 이걸 왜 이러고 있냐는 둥 하면서 기존 직원들 기를 죽였다.

입만 열면 본인이 리더인양 굴었지만 막상 업무 자체는 엉망이었다.

너무 일을 못해서 지적하면 대답만 "네~"하고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

가관인 게 교정 어시스트마저 못했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기존 직원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터져 나왔다.

본인 업무를 제대로 못하니 옆 직원들한테 피해가 가는 것이다.

진료 준비를 대충 해서 환자분들께도 피해를 입혔다.

어휴. 이런 사람 내가 왜 뽑았나. 후회스러웠다.


이제 때가 되었다.


그녀는 우리 치과의 적이다.

그 직원이 잘못할 때마다 따로 불러서 뭐라고 했다.

그 직원은 항상 입이 대빨 나왔고 어떨 때는 진료실에서 보란 듯이 울었다.

그러다가 그 직원이 핸드폰으로 나와의 대화를 녹음한다는 것을 알았다.

심증만 있고 물증이 없어 확인하고 싶었으나, 그 직원이 핸드폰을 보여줄 리 만무했다.

나는 그녀가 녹음을 한다고 느낄 때마다 팩트 폭행을 해주었다.


"원장님 이거 제 일이 아닌데 왜 저한테 시키세요?"

"진료실 일 다 같이 하는 거지. 니 일 내 일 어딨어요? 그리고 지금 수술 들어가야 되는데 선생님이 이러고 있으니까 수술에 방해가 되네요."


"원장님 제가 그런 거 아닌데 왜 저를 혼내세요?"

"선생님은 이게 이렇게 되어 있으면 바꿔놔야지 왜 그냥 두었어요? 어쨌든 선생님 손으로 넘어간 거잖아요. 나중에 환자분 오시면 뻔히 문제가 될 것을 알면서 일부러 그러는 거예요?"


그러다가 증거 수집(?)이 다 되었는지 드디어 퇴사를 하겠다고 했다.


오 감사합니다!!

그런데 본인이 들어봐도 제대로 된 증거가 없었는지 퇴사 다음날 애교 있는 문자를 보내왔다.

"원장님~ 제가 돈 쓸 일이 생겨서 월급을 좀 빨리 입금해 주시면 안 될까요? 부탁드립니다~"


퇴사한 직원의 월급 및 퇴직금은 법적으로 퇴사일 이후 14일 이내에 입금을 하면 된다.

보통 퇴사하면 바로 정산해서 입금을 해주지만,

이 직원은 하도 괘씸해서 14일 꽉 채우고 입금을 해줄까? 그런 생각을 하던 참이었다.

퇴사하면서 폭탄이라도 들고 다시 나타날 것처럼 굴더니,

오히려 저런 문자를 보내니 헛웃음이 나왔다.

예라이~ 나도 이상 연락따위 받고 싶지 않아 입금을 바로 해주었다.


지금쯤 어디에서 누구 속을 긁고 있을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